치유 더딘 포항지진, 고통은 아직 진행형

  •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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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4-08  |  수정 2025-04-08 07:41  |  발행일 2025-04-08 제11면
전 트라우마센터장 양만재 박사

"작년 기준 120명 고위험군 분류

정신적 고통·경제적 피해 호소

정부 사과가 피해극복에 도움"
"포항을 떠나고 싶다."

지진을 직접 경험한 포항시민 3명 중 2명꼴로 설문조사에서 선택한 답변이다. 2020년 포항 촉발지진 3주년 국제포럼 자리에서 발표한 이 설문조사 결과는 지진이 가져다주는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준다. '지진에 따른 충격이 심하다거나 매우 심하다'고 응답한 주민도 37.5%나 됐다. 앞으로 일어날지 모르는 재난을 미리 걱정하는 '예기 불안'을 느꼈다는 응답도 23.4%를 차지했다.

그렇다면 7주년을 넘어선 지금은 어떨까. 지난달까지 포항트라우마센터장을 역임했던 양만재 박사는 "지진의 아픔은 그리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고 했다. 양 전 센터장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분들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0명이 넘는다"며 "이러한 고위험군은 계속 고통을 받으며 약을 복용하는 등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포항시민들은 아직도 지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임필례(59·동해면)씨도 "지진 당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뛴다"면서 "이제 잊힐 때도 됐는데 지진의 기억이 계속 떠오른다"고 말했다.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흥해읍 주민 A씨는 "포항 지진으로 집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잃었다"며 "아직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포항트라우마센터가 2023년 11월 발표한 포항지진 경험자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진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제일 극복하기 어려운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가 트라우마를 겪는 시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양 전 센터장은 "집단 트라우마는 잘못을 한 주체가 이를 시인할 때 피해자들이 용서를 하게 되고 치유가 이뤄진다"며 "이번 포항 지진 손해배상 위자료 소송에서 신속하게 정부 등의 잘못이 밝혀지는 것이 지진 피해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j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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