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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희씨가 지난해 12월 송년음악회에서 기타 연주를 하고 있다. <정태희씨 제공> |
우리는 종종 취미를 단순한 여가 활동이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취미가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단순한 흥미에서 시작한 일이 직업이 되기도 하고, 건강을 되찾는 길이 되기도 하며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정태희(60·대구 동구 신암동)씨는 '지은 엄마'에서 '정태희'로 살아가고 있다. 평범한 주부였던 그녀는 좋아하는 기타 연주를 위해서 늦깎이 대학생으로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기타연주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정씨가 기타를 시작한 것은 친정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기타는 물론 하모니카, 아코디언, 리코더 등 아버지의 연주를 들으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타 학원을 다녔으나 결혼 후 육아와 남편의 가게 운영으로 학원을 그만두었다.
큰아이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불현듯 기타를 연주하던 친정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동네 문화센터 기타반에 등록했다. 처음에는 한두 곡씩 연습하던 것이 점점 연주하는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재능을 인정받아 클래식 주부 합주반으로 활동하며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얻은 에너지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기타를 치며 노래까지 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의 성취감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스트레스해소와 행복을 가져다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기타를 배우기 전에는 전업주부로 매사에 자신감이 없었고, 의욕과 즐거움이 없어 약간의 주부 우울증 증세를 겪기도 했다.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우울증 증세는 다 날아가 버렸고, 자신도 놀랄 만큼 밝고 긍정적이며 자신감 넘치는 성격으로 바뀌었다.
정씨는 기타를 배우면서 얻게 된 가장 큰 보람을 자신감이라고 꼽는다. 버스킹, 재능기부 등의 공연 준비 과정에서 조금씩 실력이 늘 때 보람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열심히 연습해서 완성했을 때 특히 뿌듯했다. 열심히 준비한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그 기쁨과 만족감은 정말 잊을 수 없을 만큼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기타를 배우는 것이 너무나 기쁘고 즐거워 확실한 목표가 생겼다. 그 무렵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2021년부터 강사 활동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기타 연주를 꼽는다. 기타와 함께한 삶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다. 그렇게 살다 보니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씨는 기타를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일에 도전이라고 거창하게 생각하면 아무래도 첫발을 떼기가 힘들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에 또 다른 하나를 추가한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면 한결 쉽다"고 조언했다.
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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