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들의 투자 의향.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올해 실물·부동산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부자들이 예금과 금·채권·ETF(상장지수펀드) 등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이하 부자 '영리치'는 해외주식과 가상자산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16일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가 부자들의 자산관리·투자 행태 등을 분석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74.8%는 올해 실물 경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이는 전년도(62.8%) 보다 부정적인 전망이 더 높았다. 다만 부동산 경기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은 63.9%로 전년도(67.4%)보다 줄었다. 긍정적인 전망은 7.4%로 전년도(10.4%)보다 감소했다.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만큼 자산 구성 변경에도 소극적이었다. 향후 1년 자산구성 계획과 관련해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응답은 65.7%였다. 조정 의향이 있는 경우에는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15.2%)는 응답이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8.4%)는 응답보다 많았다.
부자들은 올해 수익성보다 안정성에 무게를 둘 것이라며 투자 의향이 있는 자산으로 예금(4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32.2%)과 채권(32.0%)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았다. 이어 ETF(29.8%), 주식(29.2%) 순이었다. 이중 채권의 경우 채권 투자를 하고 있지 않은 부자들도 새롭게 투자를 시작할 것이란 응답이 타 상품 대비 높았다.
반면 부동산은 20.4%로, 조사 대상 12개 자산 중 8위에 머물렀다. 부자의 부동산 매수 의향은 2024년 50%에서 올해 44%로 감소했다. 추가 매입 의향 역시 42%로, 전년(49%)보다 낮았다. 연구소는 이를 시장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다음 기회를 탐색하거나 부동산보다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운용하려는 의향이 높았던 만큼, 금융 투자를 다양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했다.
가상자산이 투자자산으로 인식되면서 부자들의 가상자산 투자 방식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중 부유층과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가상자산 보유 비중은 2022년 12%에서 2024년 18%로 늘었다.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은 약 4천200만원이었으며, 투자자 중 34%는 4종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방식은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수시로 매입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가상자산에 인식은 응답자의 70.4%가 '변동성이 도박처럼 커 위험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커 포트폴리오 확대를 고려 중'이라는 응답 비율은 부자에서 21.5%, 부자 외에서 17.4%로 나타났다.

영리치의 금융자산 중 저축·투자자산 비중.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제공>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곧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면서도 “여전히 제도적 안전망이 미흡하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치 않아 가상자산의 호불호는 명확히 갈렸다. 다만, 부자는 투자 전 충분히 공부하고, 잘 아는 영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40대 이하 '영리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6% 늘어 50대 이상 올드리치(연평균 3%)보다 성장세가 빨랐다. 영리치의 평균 자산은 60억원대, 이 중 금융자산은 절반 정도인 30억원 수준이었다.
영리치는 주식, 가상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8%로, 올드리치(66.4%)의 약 1.2배 수준이었다. 특히 전체 주식 중 해외주식 비중이 약 30%로 올드리치(20%) 보다 높았다. 가상자산 보유율은 29%로, 금융상품 중 가장 낮은 비율이기는 했지만 올드리치(10.0%)의 3배 수준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3천10명(부자 884명·대중부유층 1천545명·일반대중 58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프라이빗 뱅커(PB)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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