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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던 '전원 복귀'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지만 의대교육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대학 총장과 의대 학장단의 건의를 받아들여 고심 끝에 내년 의대 모집인원을 3천58명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른바 3개 학번(2024·2025·2026)이 1학년에서 같이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tripling)' 우려와 입시 과열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리플링만은 막자"
수업 참여를 거부하는 의대생들에 대한 대규모 유급 처분 가능성이 커지면서 그간 교육계에서 우려해 온 '의대 1학년 트리플링' 사태가 현실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4·2025학번의 수업 거부에 따른 유급으로 내년도 1학년에만 2026학번을 포함한 3개 학번이 겹치면 무려 1만명이 넘는 학생이 동시에 수업을 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정부가 17일 내년도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 것도 일단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을 더 끌어올려 유급 규모를 최소화해야 '트리플링'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1만명에 달하는 학생의 동시 수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자칫 의대 교육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의료인 배출에도 상당한 지장을 줄 수있다.
문제는 아직도 수업 복귀율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의대의 수업 참여율은 평균 25.9%에 불과하다. 예과는 22%, 본과는 29% 수준이다. 대구경북권은 이보다 더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학사 유연화 없이 올해부턴 학칙에 따른 유급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사실상 유급 사태는 불가피하다. 유급이 현실화되면 2026학년도엔 트리플링 사태가 벌어진다.
의대 학장들의 모임인 의대협회(KAMC)도 "세 학번이 겹치는 순간 분리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교육부도 "현재 수업 참여율로는 트리플링을 피할 수 없다"며 "2024·2025학번이 돌아오지 않으면 의대 교육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고3은 늘고 모집인원은 줄고
입시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출생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2007년생 '황금돼지띠'들이 올해 고3이 되면서 응시생 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의대 모집인원은 전년보다 줄어들어 의대 입학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고3 수는 45만3천812명으로 전년대비 11.8% 늘었다. 고3뿐만 아니라 2026학년도 수능에 응시하는 N수생 역시 20만명 안팎에 달한다.수험생 수가 2001학년도 이후 가장 많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험생 수는 늘었지만 의대 모집인원은 2025학년도 39개 대학 기준 4천485명(정원 외 선발 제외)에서 내년 3천58명으로 축소됐다. 대구경북 의대도 575명에서 351명으로 39% 줄었다.
의학전문대학원인 차의과대를 포함하면 2025학년도 전국 40개 의대 모집인원은 4천565명이었다. 당초 4천567명을 선발하려고 했지만, 서울대·중앙대가 2024학년도 입시에서 동점자가 각 1명을 초과 선발하는 바람에 실제 모집인원은 2명 줄었다. 의정갈등 속에서 내년에 한해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수준으로 되돌렸지만, 증원을 염두에 뒀던 수험생들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