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RAM 작동 원리 규명한 연구진. (왼쪽부터 김세영 포스텍 교수, 오키 구나완 IBM 박사, 곽현정 포스텍 박사) <포스텍 제공>
국내 대학 연구진이 전기화학 메모리 소자(이하 ECRAM) 작동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인공지능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ECRAM의 작동 원리 규명은 AI 연산의 지름길을 찾은 것이란 평가다.
포스텍은 26일 신소재공학과·반도체공학과 김세영 교수·곽현정 박사 연구팀이 미국 IBM TJ Watson 연구소 오키 구나완(Oki Gunawan) 박사와 함께 ECRAM 작동 원리 규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컴퓨터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세서'가 분리돼 두 장치 간 데이터 전송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AI가 발전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메모리 내에서 연산이 가능한 '인-메모리 컴퓨팅(In-Memory Computing)'이다.
ECRAM는 이를 구현할 핵심 기술 중 하나지만, 복잡한 구조와 고저항성 산화물 소재로 인해 작동 원리를 명확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텅스텐 산화물을 사용해 ECRAM를 '다중 단자 구조'로 제작하고, 극저온(–223℃, 50K)부터 상온(300K)까지 다양한 온도에서 내부의 전자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평행 쌍극자 홀 측정 기술'을 적용했다.
그 결과, 연구팀은 ECRAM 내부 산소 결함이 약 0.1eV의 얕은 도너 준위를 형성하며, 전자가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일종의 '지름길'을 만든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찰했다. ECRAM이 정보를 저장하고 전달할 때 단순히 전자의 양이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전자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형성된 것이다.
김세영 포스텍 교수는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같은 기기에서 AI가 더 빠르게 실행되고, 배터리 사용 시간도 더 길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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