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산불]이재민 대피소 180여명 ‘북적’…구호텐트는 80여 개 불편 속출](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28.a29bbe5c72254b32b5ca53bee9b079ec_P1.jpg)
28일 오후 11시쯤 대구 북구 팔달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산불 이재민들이 텐트를 배정받고 있다.
28일 오후 10시30분쯤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 대피소로 지정된 팔달초등학교 강당. 늦은 시각에도 대피소 안은 구호 텐트와 생필품 등 각종 구호물품을 배정받으려는 사람들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후 11시가 돼서야 주민들을 위한 구호 텐트가 대피소 안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날 산불을 피해 대피소로 모인 주민은 모두 180여명. 이들 대다수는 북구 조야동·노곡동 주민이었다. 하지만 대피소에 조달된 텐트는 총 80여개. 산불을 피해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새워하는 주민들에 비해 텐트 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텐트를 배정받지 못한 일부 주민들은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샐까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군다나 생필품 등을 지급받지 못한 이들까지 속출하자, 대피소 곳곳에선 '고생시키려고 대피시켰냐' 등의 불만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민 이모(40)씨는 “급박하게 마련됐다지만, 대피소가 너무 불편하다"며 “텐트 안에서도 바닥에서 찬 기운이 올라오고 있어 쉽게 잠을 청할 수 없다. 나조차도 추운데 어르신들이 잘 버티실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가 넘어 대피소에 도착한 조모(39)씨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는 “출장으로 충남지역에 머물다가 화재 소식을 접하게 돼 퇴근하고 곧장 이리로 왔다"며 “집에 들리지도 못한 채 바로 대피소로 와 아무런 짐도 챙기지 못했다. 생필품을 몇 개 받긴 했지만, 언제까지 대피소 생활이 이어질지 몰라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북구청 측은 “민·관을 가리지 않고 구호물품을 받고 있지만, 상황이 워낙 급박하다 보니 충분한 물자를 조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각 내 구호 물품을 확보해 지역민들의 걱정을 덜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먹던 약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어르신들도 많았다. 장윤애(여·74)씨는 “오후 9시쯤부터 보건소에서 사람이 나온다고 해 혈압약을 받을 수 있을까 여기저기 물어봤지만 허사였다"며 “내일 눈을 뜨는 대로 약을 구하러 나갈 생각이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만난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당장 필요한 상비약 등은 조달해 왔지만, 의사의 처방이 요구되는 약들은 가져올 수 없었다"며 “대피소 환경이 불편한 만큼 발빠른 의료 조치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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