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령 해제 하루만에 다시 대피소 생활…“오늘도 자기는 글렀다”

  • 구경모
  • |
  • 입력 2025-04-30 23:21  |  발행일 2025-04-30
서변동 주민들 다시 대피소 생활
일부 대피소 수용인원 초과
대피령 해제 하루만에 다시 대피소 생활…“오늘도 자기는 글렀다”

30일 오후 대구 북구 동변중학교 강당. 함지산 산불이 재발화 후 확산하면서 일대 주민들은 하루 만에 다시 대피소로 돌아왔다. 구경모 기자

대피령 해제 하루만에 다시 대피소 생활…“오늘도 자기는 글렀다”

30일 오후 대구 북구 연경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 구경모 기자

30일 오후 8시쯤 대구 북구 동변중학교 강당. 대구 북구 함지산 산불이 재발화하면서 대피명령이 해제된 지 하루만에 이곳은 다시 주민들로 가득 찼다. 이날 오후 서변동 주민 3천400명을 대상으로 동변중 등 지정된 대피소로 이동해 달라는 대피명령이 떨어진 것. 해가 지기 전부터 하나둘씩 모여든 주민들은 어느새 최대 수용 인원인 150명을 훌쩍 넘겼다. 뒤늦게 도착한 주민들은 내부로 들어가지 못한 채 다른 대피소로 이동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얼굴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산불이 다시 번지면서 하루 만에 같은 곳에서 밤을 지샐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는 눈치였다.

서변동 주민 조순임(80)씨는 “오후 3시부터 집까지 연기가 들어오기 시작해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밖으로 뛰어나왔다"며 “어제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다. 급하게 나온다고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하루만에 다시 대피소 생활을 하려니 기가 찰 노릇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두 번째 대피령이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대피소 생활'의 불편함을 토로했다. 김명기(50)씨는 “공무원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집에서 나와 대피소로 향했다"며 “생판 모르는 사람들과 텐트를 같이 쓰고 있어 서로 불편한 상황이다"고 했다.

대피소를 관리하던 공무원들과 자원봉사자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자원봉사자 김경희(60)씨는 “어제 아침 구호물품과 짐들을 다 정리했는데, 다시 그대로 챙겨와 대피소를 꾸렸다"며 “분명 주불이 진화됐다고 했는데, 봉사원들도 모두 경황이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북구청 관계자는 “오후 3시쯤 대피령이 떨어지고 다시 텐트를 쳐야 했다"며 “대피소를 다시 꾸리다 보니 직원들도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대피소인 연경초등학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10시 기준 이곳에 모인 주민들은 모두 86명. 텐트 밖에서 구호품을 기다리던 채덕희(72)씨는 “고령의 노모를 모시고 왔다. 그저께도 가족 모두 뜬눈으로 밤을 지샜는데 오늘도 편히 잘 수는 없을 것 같다"며 “다들 고생이 많겠지만 산불을 확실히 진화한 후에 대피령을 해제했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기자 이미지

구경모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