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조선 두 천재로부터 배우는 '대화 정치'

  •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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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5-16  |  수정 2025-05-16 09:06  |  발행일 2025-05-16 제19면
인사·경제·국방·교육 등 총망라

역사적 사례로 시대 초월한 울림
[신간]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 조선 두 천재로부터 배우는 대화 정치
신창호 지음/판미동/316쪽/1만9천원 '여유당전서' '다산시문집' 발췌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 사이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독단은 해답이 될 수 없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대화와 성찰로 끊임없이 풀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태도는 조선 후기 두 명의 천재의 문답 속에서도 드러났다.

인문 고전 대중화에 앞장서 온 신창호 교수가 신간 '정조가 묻고 다산이 답하다'를 출간했다. 고전의 현대적 해석과 확장에 몰두하고 있는 저자가 이번엔 조선의 제22대 국왕 정조와 다산 정약용의 정치적 문답을 통해 사회를 통찰하고자 한다. 저자는 '여유당전서' 제4책(문집3)과 '다산시문집' 제8·9권의 '대책(對策)'과 '책문(策問)'에 실린 내용 중 주요 부분을 발췌해 현시대에 맞춰 내용을 번역하고 해석했다.

'부패와 혼란에 빠진 국가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조부 영조의 뒤를 잇는다. 정조는 붕당의 혼란 속에서 당대 최고의 학문·정치적 식견을 가진 또 다른 사람, 다산 정약용을 만나게 된다. 둘의 관계는 단순한 군주와 신하를 넘어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해 나가는 정치적 동반자였다. 이들은 국정의 방향과 개혁 과제를 두고 정치·행정·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해 항상 토론하곤 했다.

"오늘, 인재 등용의 모습을 보라! 사람을 등용하는 방법이 치우치고 사사롭다면, 나라가 어찌 나라꼴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감히 생각합니다. 임금께서는 해나 달과 같은 명철함을 지니고 계시지만, 오히려 붕당의 테두리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살피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렇듯 이상과 현실이라는 다른 관점을 가진 두 사람이 각자의 학문과 정치적 역량을 바탕으로 만드는 '대화의 정치'를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원문의 형식을 살리면서 독자들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충실한 해설을 함께 덧붙였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됐다. 인사·경제·국방·교육·문화 등 각 주요 분야를 다뤘으며, 다산 정약용의 질문과 그의 생애를 추가로 담았다.

특히 1부에서 저자는 정조와 다산이 인재 등용 과정에서 보여준 '포용의 정치'에 주목한다. '진정한 인재라면 신분이나 지역에 관계없이 등용해야 한다'는 생각 아래, 신분제와 붕당정치가 존재하는 구조적 제약 속에서도 출신과 배경을 넘는 실력 중심의 인사를 지향했다. '사람을 통한 개혁' '실현 가능한 이상' '지식인의 공적 책임'을 언급하며 두 사람의 고민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의 정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나아가는지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저자인 신창호는 동서양 고전을 현대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한국 대표 인문학자로, 현재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15년간 '동양고전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고려대에서 교육학과 철학을 전공한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사서(四書)'의 수기론으로 석사 학위, 고려대 일반대학원에서 '중용(中庸)'의 교육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한중철학회와 한국교육철학학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한글 사서(四書) 시리즈 '한글 논어' '한글 맹자' '한글 대학·중용'을 완간하고, '진시황평전' '노자평전' '관자' 등을 번역했다. 정수민기자 js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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