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사람에게 사람은 여전히 반려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5/news-p.v1.20250518.0d280efd496f460793442a21fc0254dd_P1.png)
신경용 금화복지재단 이사장·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회장
같이 행복하고, 함께 행복하다. 내 편이 되어 주고, 너의 편이 되어 주는 관계. 말이 없어도 들리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사람. 그 이름, '반려(伴侶)'. 사람이 교감할 수 있는 대상 가운데 가장 좋은 존재는 결국 사람이다. 하지만 실망이 쌓이면 다른 대상을 찾는다. 그렇게 우리는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 혹은 반려 식물에 마음을 기댄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과 가장 깊이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은 여전히 '인간'이라는 사실을.
모임이 익숙한 얼굴들의 낯선 자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서로 낯익은 이방인이 되어간다. 백년도 못 살 인생을 천년처럼 오해하다가, 어느 날 멀어지기도 한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서툰 말씨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반려의 마음이다.
인간관계의 기본은 서로의 허물을 덮어주고, 함께 좋은 일을 만들어가는 데 있다. 사람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게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나는 나의 시간에 충실했다. 예순을 넘기면 휴대전화 속 연락처가 제법 많아진다. 수십 년 동안 만난 사람들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지만, 때로 마음이 머뭇거린다. 진정한 벗이란 내 편이 되어 주고, 내 곁에 있어 주며, 내 허물을 감싸 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인생 후반전, 그런 '정예 멤버'는 많지 않다.
벗에도 종류가 있다. 절친, 편한 친구, 그냥 친구. 그 중 '절친'은 마치 나 자신 같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보면 내 삶의 자취가 보인다. 절친은 모든 것을 깊이 간직할 수 있는 존재이며, 깊은 신뢰로 인생을 함께 나눈다. 심리학자 칼 융이 말했듯, 중년이 되면 삶의 추구가 달라지고 우정도 더 깊고 단단해진다.
예로부터 '외우(畏友), 밀우(密友), 일우(昵友)'를 좋은 벗이라 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늙어갈 친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천천히 쌓이고, 가만히 곁을 지켜내며 다져질 때 가능한 것이다. 인생의 후반부, 그런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은 따뜻하고 단단해진다.
개와 고양이가 반려 동물로 사랑받는 이유는 정서적으로 인간과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정말 인간이 교감할 수 있는 대상이 동물이나 식물뿐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 바로 그가 반려가 될 수 있다. 오늘 하루, 그에게 기꺼이 마음의 자리를 내어주자. 그것이야말로 삶을 따뜻하게 만드는 '반려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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