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문경 하늘길, ‘지금’ 완공돼야 하는 이유

  • 강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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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26  |  발행일 2025-06-26 제22면

경북 문경이 다시 한번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문경새재'와 '선비의 고장'이라는 전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 중심에 주흘산 케이블카와 하늘길 조성사업이 있다. 하지만 이 야심찬 계획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전제가 있다.


바로 "속도"다. 계획이 아닌 실행, 가능성이 아닌 완공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왔는데, 볼 게 없다"는 말은 이제 그만 들어야 한다. 문경은 연간 2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당일치기 방문객이다. '잠깐 들렀다 가는 도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경시가 추진 중인 케이블카와 하늘길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전략적 전환점이다. 단순한 볼거리 제공을 넘어 머물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케이블카는 접근성을 높이고, 하늘길은 그 위에 스토리와 체험, 감성을 입히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이 두 축은 동시에 완성되어야 의미가 있다. 케이블카는 열렸지만, 하늘길은 아직이다. 올해 4월 착공된 주흘산 케이블카는 1.86㎞ 구간을 10인승 곤돌라 38대로 연결한다. 시간당 1천500여 명 수송이 가능하다. 총사업비 611억 원. 문경 관광의 '입구'를 바꿔놓을 인프라다.


그러나 이 케이블카는 하늘길과 연계되어야 비로소 완성형 관광상품이 된다. 총 417억 원이 투입되는 하늘길에는 트리탑로드, 클리프워크, 스카이워크, 러브 브릿지 등 다양한 체험 요소가 포함된다. 서사형 관광 콘텐츠는 특히 '신선함'이 생명이다. 기획 당시에는 참신했던 아이디어도 2~3년 늦어지면 이미 다른 도시에서 먼저 구현하거나 관광객의 관심에서 멀어진다. 필자가 문경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문경에 하늘길이 생긴다던데요?", "글쎄요, 다음에 오면 되겠죠." 익숙한 대답이지만, 그 속엔 기대보다는 무관심이 더 크다.


관광은 타이밍 산업이다. 관심이 있을 때 보여주지 못하면, 그 기회는 없다.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속도와 공정률이 올라가야 시민과 관광객들의 신뢰도 따라온다. 지금의 느린 진행 상황은 콘텐츠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 신현국 문경시장은 "하늘길을 세계적 관광 자산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말은 충분히 현실성 있다. 하지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선 지금 움직여야 한다. 공사는 시작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와 실행력으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하늘은 기다리겠지만, 관광객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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