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그날까지 외과의사'는 30년차 간담췌 외과 의사 강구정 교수가 마주한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게티이미지 뱅크>

그날까지 외과 의사/강구정 지음/사이언스 북스/324쪽/2만2천원
의학 드라마의 열풍 중심에는 언제나 외과 의사가 있다. 환자를 향한 사명감, 생명을 구하는 메스 한 자루의 정교한 손놀림, 수술실에서 발산하는 카리스마가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하얀거탑'(2007), '굿닥터'(2013),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등 수많은 외과 의사 캐릭터들이 대중의 곁을 지나갔다.
드라마 뿐만 아니다. 올해 초 흥행한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는 웹소설이 원작이며, 일본 만화계 거장 데즈카 오사무의 명작 '블랙잭'도 외과의사를 다룬 의학 만화다. 이렇듯 '외과의사'는 시대불문 대중에게 통하는 단골 소재다.
하지만 현실 속 외과는 '기피과'로 불린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에 따르면, 외과의 확보율은 2.8%로 215명 모집정원 중 단 6명만을 확보했다. '인기과'인 성형외과(16.4%)와 비교하면 한참 낮은 수치다.
외과는 환자의 생사를 좌우하는 필수 진료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업무 강도가 높고 수술 난이도는 까다로운 반면 진료비는 상대적으로 낮아 지원자가 급감하고 있다. 외과를 비롯해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는 법적 위험 부담까지 높아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마지막 소임을 다하는 그날까지 외과 의사로 살겠다"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다. 현재 계명대 동산병원 외과학교실(간담췌 외과)에 재직 중인 강구정 교수다.
신간 '그날까지 외과 의사'는 강 교수가 지난 30년간 간담췌외과 의사로 살아오며 마주한 수술실·연구실·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에세이다. 2004년 생체 부분 간 이식, 2015년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과 같은 고난도 수술을 성공시키고, 간암·췌장암 등 까다로운 질환에 맞서 수많은 생명을 구해온 현장을 담았다. 또한 의술과 치유, 윤리에 대한 성찰 등 차트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도 수록됐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는 간암 유전자 연구, 메이요 클리닉·미국 국립 보건원과 공동 연구 등 연구자로서의 삶을 조명한다. 또한 의사·동료·스승으로서 겪은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2부 '메스 하나로 죽음에 맞서며'에서는 외과의사의 일상을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수술 전날 밤부터 수술대 앞, 수술 후의 모습, 수술의 실패·성공까지 삶과 죽음을 오가는 경험을 밀도있게 묘사한다. 3부 '치유를 향한 길, 의술과 예술'에서는 의사로서의 존재 이유와 단순한 치료 너머 치유의 본질을 탐구한다. 또한 점점 외과를 기피하는 현실과 후학 양성에 대한 고민도 담았다.
저자는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경북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1994년 외과 조교수가 됐다. 이후 일본 교토대병원, 미국 듀크대병원에서 연수를 거쳐 메이요 클리닉에서 간암 유전자를 연구했고, 스탠퍼드 외과대학 의료인문학교실에서 연수 및 교환교수를 지냈다. 한국 간담췌 외과 학회장을 역임하고 대한민국 의학 한림원 정회원으로 재직 중이다. 저자는 2003년 '나는 외과 의사다'로 민음사 '올해의 픽션상' 생활과 자연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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