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메일] 디지털 과몰입과 무호흡

  •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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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30  |  발행일 2025-06-30 제21면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배정순 〈전〉경북대학교 초빙교수

출근길에 나서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답답함을 느꼈다면, 단순한 월요병이 아니라 디지털 기기 과몰입으로 인한 스크린 무호흡 증상일 수 있다. 스크린 무호흡은 공황장애 증상과 유사하다. 공황 증상은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막혀 질식할 것 같은 극심한 공포감을 동반하는 일종의 스트레스성 불안장애이다. 천재지변이나 전쟁과 같은 상황에서는 생존을 위해 당연한 반응으로 일반적으로는 전쟁에 참여했던 병사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던 증상이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는 전쟁과 같은 심각한 상황과 상관없이, 예기치 않게, 느닷없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대처가 쉽지 않다.


대기업 임직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진행한 적이 있다. 상당수가 공황 증상을 경험했고 약물을 복용 중인 경우도 꽤 많았다. 20대 신입사원부터 중년의 임원까지 전 연령층에서 공황을 호소하고 있어서 공황 증상이 상당히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도 건강보험공단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민 20만540명이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고, 10년 동안 2.5배 급증했다.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과도한 스트레스나 압박감 등에 의해 촉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나치게 완벽주의를 지향하거나 강박이 있는 경우 공황 증상을 더 자주 경험할 수 있다. 많은 연예인이 공황장애가 있다고 밝힘으로써 일명 '연예인 병'으로도 알려져 있다.


최신 사회과학 연구 동향을 살펴보면, 디지털 기기의 장시간 사용과 과몰입이 공황 증상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보고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메일 무호흡(email apnea) 또는 스크린 무호흡(screen apnea)으로 불리는 이 증상은 컴퓨터 앞에서 이메일로 많은 업무를 계속 처리하느라 혹은 스마트폰이나, TV 등 스크린을 오랫동안 사용할 때, 호흡이 얕아지거나 무의식적으로 멈추는 현상을 의미한다. 긴장하거나 집중할 때 숨을 참거나 호흡을 얕게 하는 경향이 있는데, 스크린 무호흡도 이와 유사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포 장면을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숨을 참고 집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다가 갑자기 심장이 덜컹거리거나 답답하고 호흡곤란이 찾아오는 것은, 무의식적인 호흡 억제가 공황 증상으로 이어지거나 촉발하기 때문이다. 과호흡과 마찬가지로 호흡을 억제하는 것도 위험하다. 얕은 호흡이나 호흡 억제가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만들거나 셧다운시킬 수 있다. 교감신경이 과도하면 우리 몸은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되어버린다. 이런 반응은 적응을 위한 필수적 반응이지만, 이 반응이 지속되면 면역력을 망가뜨리고 자율신경계마저 길을 잃어 건강에 심각한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고 두통을 느끼면서 순간적으로 공황 증상을 느낀다면, 우선은 스트레스나 과도한 압박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개는 편안하게 호흡하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벼운 산책으로 해결될 수도 있지만, 증상이 과도하고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반드시 전문가를 찾아가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원인 없이 디지털 기기 사용 도중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일시적으로 공황 증상을 경험한다면, 혹시 디지털 과몰입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디지털 기기 사용 중이라면 바로 기기를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의식적인 호흡조절이 필요하다. 천천히, 깊게, 고르게, 의식적으로 호흡을 해보는 노력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는 적정시간 사용하고, 중간중간 강제적인 휴식 시간을 반드시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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