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오늘(1일)로 꼭 30년 됐다. 지방자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끄는 하나의 축으로 많은 성과를 이뤄냈지만, 동시에 존립 기반이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제 '약관((弱冠)'의 미숙을 넘어 30살 '이립(而立)'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뜻을 세워 자립할 때가 됐음을 의미한다. 곧 재도약할 전환의 시간 앞에 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구 절반이 수도권에 몰려있고, GRDP 비중 역시 수도권이 절반 넘는 현실은 지방자치의 미완과 미성숙을 일깨운다. 국가 불평등, 양극화, 수도권 일극체제의 심화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망국병' 수준에 이르렀다.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책임도 지는 게 진정한 지방자치"라고 규정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지방자치 30주년 언급은 지방자치가 나아갈 방향을 가리킨다. 출산율(0.75명) 세계 최하위, 노인빈곤율과 자살률 OECD 1위, 삶의 만족도 모두 최악 수준인 것이 지방자치 탓만은 아니지만, 지방자치의 성숙은 대한민국 병의 치유를 위한 최우선순위 처방전임이 분명하다.
5·16으로 중단된 지방자치가 되살아난 지 30년, 제헌헌법을 근거로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77년, 동학농민혁명기에 자치기구인 집강소를 시험한 지 131년이 됐지만 지방자치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다. 중앙정부가 전체 국민 세금의 80%가량을 거둬들여 지자체에 나눠주고 있으니 '20점짜리 지방자치'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이철우 도지사는 무엇보다 "실질적인 재정분권과 권한이양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지방분권형 개헌'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제도적 접근법이다.

논설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