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의 막전막후] (중) 무더위에 땀 뻘뻘 ‘이열치열 극한직업’

  • 조윤화·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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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1 21:36  |  발행일 2025-07-01

불볕더위 아래서 교통지도하는 어르신

1천200℃ 넘는 화로 다루는 대장장이

환경 미화원 및 철거 현장 노동자들

"체온 오르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1일 낮 12시 배동식(90)씨가 대구 남구 봉덕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1일 낮 12시 배동식(90)씨가 대구 남구 봉덕초등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조윤화 기자

1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 북구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박철호(44) 대표가 망치로 쇠를 연신 두드리고 있다. 조윤화 기자

1일 오후 1시30분쯤 대구 북구에서 대장간을 운영하는 박철호(44) 대표가 망치로 쇠를 연신 두드리고 있다. 조윤화 기자

연일 이어지는 찜통 더위 속에서도 '삶의 현장'에선 구슬땀을 흘리며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이들이 적잖다. 말 그대로 '이열치열'로 무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이다.


◆서 있기만 해도 땀범벅…안경렌즈 녹기도


1일 낮 12시 대구 봉덕초등학교 정문 앞. 무더위 속에 배동식(90)씨가 형광조끼와 교통안내 깃발을 챙겨 들고 학교 정문 앞 횡단보도로 향했다. 하교하는 학생들의 안전한 통학을 책임지기 위해서다. 평일 오전 7시40분부터 오전 9시까지 등교시간에,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교시간에 격일마다 2차례씩 교통지도에 나선 지 벌써 2년째. 그에게 여름은 '불청객'이다. 폭염이 엄습해와도 오롯이 온몸으로 견뎌내야 해서다. 배씨는 "땡볕에 오래 있으면 피부가 따가워 모자에 쿨토시, 장갑까지 챙겼다. 10분만 서 있어도 옷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 틈엔 인도 가장자리 나무 그늘 아래로 몸을 옮겨 잠시 햇빛을 피한다"며 " 인사해주는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더워를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날 오후 1시30분쯤 대구 북구의 한 대장간. 15년차 경력의 박철호(44) 대표가 섭씨 1천200℃가 넘는 화로 앞에서 연신 쇠룰 달구고 두드리기를 반복했다. 쇠는 온도에 민감해 선풍기도 못튼다. 연기와 먼지가 날리는 작업장에선 문을 닫을 수도 없어 에어컨도 거의 틀지 않는다. 매일 뜨거운 열기 속에 대장간 작업을 하다 보니, '대프리카'의 무더위는 이미 '코웃음'을 치고 넘긴 지 오래라고 했다.


박 대표는 "작업장이 너무 더워 밖에 나가 바람을 쐬는데, 정말 시원했다. 그런데 곧바로 휴대폰에 폭염경보 알림이 떴다. 36℃를 시원하다고 느낀 셈"이라며 "착용하는 안경은 화로 열기가 워낙 강해 렌즈가 녹는 일이 종종 있다. 작년 여름엔 일주일만에 안경을 새로 맞추기도 했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2시쯤 환경미화원 조만석(43)씨가 음식물쓰레기통을 치우고 있다.

30일 오후 2시쯤 환경미화원 조만석(43)씨가 음식물쓰레기통을 치우고 있다.


1일 오후 2시30쯤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서 만난 한 옥외 현수막 철거원이 현수막 끈을 제거하고 있다.

1일 오후 2시30쯤 대구 달서구 죽전동에서 만난 한 옥외 현수막 철거원이 현수막 끈을 제거하고 있다.

◆폭염 속 '구슬땀' 현장 근로자들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폐까지 들어옵니다." 1일 낮 최고기온이 35℃에 달한 오후 1시쯤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만난 18년차 환경직 공무원 조만석(43)씨가 건넨 말이다. 이날 지역 곳곳에서 배출된 쓰레기봉투를 나르기 시작한 조씨는 평소보다 작업 속도를 배로 끌어 올렸다. 더운 날씨에 주요 도로변 쓰레기 더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금세 퍼져서다. 작업이 한참 남았지만 상·하의는 이미 땀에 흠뻑 젖었다. 그가 들이킨 시원한 '생수'는 이미 미지근해진지 오래다.


그는 "여름엔 작업복이 금세 축축해진다. 일을 하다 보면 체온이 오르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질 정도다"며 "오후엔 더위를 먹어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고 했다. 또 "여름엔 쓰레기가 조금만 쌓여도 냄새가 심해져서 민원이 바로 들어온다. 수거가 늦어지면 주민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재촉하거나 전화로 항의하는 경우가 많다"고 부연했다. 오후 2시30분쯤 대구 달서구 죽전동 일대에서 옥외 현수막 철거 작업을 하던 정규섭(48)씨는 "온종일 아스팔트 위를 뛰어다니다 보니 신발 밑창이 녹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정씨가 철거한 현수막만 100여장. 사다리부터 설치해야되기 때문에 땡볕에 장시간 머무를 수 밖에 없다. 햇볕에 달궈진 사다리 표면을 손으로 오래 잡고 있으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겁단다.


그는 "큰 차량이 지나가면 배기가스와 열기가 겹쳐 숨쉬기가 더 답답하다"며 "뜨거운 지면을 바닥에 두고 몸을 쓰는 일을 하다 보니 더위 먹은 적도 여러 번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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