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힘 ‘사과’와 ‘혁신’ 시동···늦은 만큼 더 빠르고 과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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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3  |  수정 2025-07-03 07:02  |  발행일 2025-07-03 제23면

경북 김천 출신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가 어제 비대위원장 취임식에서 "12·3 불법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에 이르기까지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실망을 드렸다"며 "책임을 통감하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국민의힘 비주류 일각의 단편적 사과가 없지 않았지만, 기득권 주류의 당 대표가 공식적으로 허리를 굽힌 건 12·3 계엄 후 꼭 7개월 만이다. 늦어도 많이 늦었다.


사과의 진정성은 사과 이후의 태도에 달렸다. 송 비대위원장이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성찰과 각오를 새기며 다시 시작하겠다"라며 비주류로서 당 혁신을 주창해온 안철수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했다. 혁신 실행의 첫 조치로서 인물과 시의(時宜) 모두 적절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후 "당은 지금 사망선고 직전의 코마 상태다. 악성 종양이 이미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여서 집도가 필요한데도, 여전히 자연 치유를 믿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내 저항이 만만찮겠지만, 그의 메스가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는 데 성공하기를 성원해 마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변화와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존립을 위한 절박하고도 유일한 길이다. 당에 남은 낡은 의식과 관행, 제도와 문화를 모두 벗어던져야 한다. 그러려면 다양한 혁신 인사를 영입하고, 혁신의 속도를 높이면서 획기적이고 포괄적인 조치가 과감히 뒤따라야 한다. 혁신의 기준은 국민 눈높이다. 그래야 국민이 수긍하는 좋은 정치로 보답하는 기회를 다시 얻는다. 이제 시동을 건 국민의힘의 사과와 성찰, 고단한 혁신의 노력이 '승리하는 야당'의 든든한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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