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보다는 당권이라는 것을 또 보여준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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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08  |  발행일 2025-07-08 제23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7일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고 당 대표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혁신의 문을 열기도 전에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며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판단하고 비대위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사퇴이유를 설명했다. 안 위원장이 혁신위원장을 맡았을 때, 당내 기반이 약한 안 의원이 고강도 혁신에 나설 경우 당내 반발로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너무 빨리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당 대표가 되어 단호하고도 강력한 혁신을 직접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혁신위원장 수락 직후 "국민의힘은 지금 사망 직전의 코마 상태에 놓여 있다"며 고강도 혁신의지를 밝힌 지 5일만에 사퇴하다보니 안 의원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혁신위원장을 수락한 것이 당 대표 출마를 위한 시나리오의 하나였다는 비판이 나올만하다. 지난 대선 때부터 국민의힘, 특히 중진들은 대선 승리보다 차기 당권에 더 관심이 많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안 의원의 혁신위원장 사퇴도 당원들의 입에 비슷한 사례로 오르내릴 것이다. 친윤계 뿐 아니라 친한동훈계 의원이 안 의원 비판에 가세한 것 역시 당권 경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유권자가 국민의힘에 요구한 것은 혁신이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지금까지도 입으로만 혁신을 이야기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지역·세대를 아우르는 체질 변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혁신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혁신은 사람과 구조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전당대회의 목적이 당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을 이끌 사람을 뽑는 것이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의힘이 궤멸되지 않고 보수정당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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