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 안건으로 '경주 APEC'이 올랐다. 김 총리가 APEC 준비상황을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차질 없도록 현장도 방문하며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APEC 준비를 총리가 직접 챙기라는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주지하자면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총리, 주최정부는 이재명 정부다. 경주시나 경북도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컨트롤타워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앞장서 준비에 진력해야 한다. 작금의 준비상황만 보면 '제2의 잼버리'가 우려된다. 이대로면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적 망신을 당할 판이다.
지난해 8월 APEC 준비위원장을 외교부 장관에서 총리로 격상했다. 국격에 맞는 정상회의가 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그러고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준비 상황은 영 실망스럽다. APEC이 1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상회의 만찬장 공정률은 20%대, 미디어센터 공정률 40%, 각국 정상과 수행원들이 묵을 숙소 공정률은 50%선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세계 20개국 이상의 정상을 맞이할 만찬장 공정률이 1/5 수준에 머무는 건 심각한 상황이다. 6월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하면서 현장의 어려움은 더 커지고 있다.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대선 후 한꺼번에 공사가 발주되면서 장비와 인력 부족 현상까지 겪고 있다.
어쨌든 9월 중에는 모든 공사를 끝내야 한다. 촉박하다. 암 투병 중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10월부터 경주에 상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준비위원장인 총리의 현장 방문은 당연한 일이지만, 빠른 시일 내 대통령이 직접 경주를 찾는 건 어떨까. 주마가편(走馬加鞭)의 독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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