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논란] 李 대통령, 갑질 의혹 여가부 장관 임명 강행…국민 분노 큰 이유는?

  • 구경모(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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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1 18:53  |  발행일 2025-07-21
지도층의 갑질, 갑질의 연쇄 확산 구조 고착화될 수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이재명 대통령이 보좌진에 대한 갑질 의혹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 대한 여성가족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평등을 비롯해 약자를 보호해야 할 여가부 장관으로 갑질 논란의 당사자가 절적하냐는 여론이 일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무엇보다 지도층의 갑질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갑질의 연쇄 확산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갑질로 통칭하는 행위에는 크게 부당한 업무지시, 폭언·폭행 등 직장 내 괴롭힘, 성폭력 등이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지위나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행위로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은 금지된다.


강 후보자는 과거 보좌진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게 하고 자신의 집 화장실 비데 수리를 지시하는 등 업무 외 사적인 일을 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좌진 재취업을 방해하거나 임금을 체불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던 지난 2023년 7월 면회가 제한된 병원에 출입하겠다며 고집을 부려 '병원 갑질' 논란도 불거졌다.


여론은 악화일로다.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역대 회장단은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강 여가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의정활동에 조력을 받는 보좌진에 대한 태도는 곧 국민을 대하는 태도"라며 "권한을 명분 삼아 권위를 휘두르고,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여성가족부 장관이라는 공직을 맡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19일 성명을 내고 "직장 내 갑질은 심각한 사회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라는 공적 지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자격마저 의심된다"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해 온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대표도 "갑질 의혹의 핵심이 '위력'인데, 젠더폭력이 주로 불평등한 권력관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젠더폭력 피해자 지원을 주무로 하는 여가부 장관으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 후보자의 갑질이 공분을 사고 있는 이유는 그가 약자를 보호하고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여가부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가부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약자들을 보호하고 성평등을 실현하는 중책을 맡고 있는 정부부처다. 이를 진두지휘해야 할 인물이 오히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약자를 착취하고 비인격적 처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분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아울러 강 후보자가 보여준 행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도층 갑질의 전형적 모습이란 점도 뼈아프다. 우선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2021년 당 행사에서 자신이 앉을 자리를 준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직자의 정강이를 차는 등의 행위로 인해 사과 후 탈당했다가 4개월 만에 복당했다. 이 밖에도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은 성폭력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여기에다 재벌 일가의 갑질 논란,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갑질 논란, 공기업의 갑질 논란, 상사와 부하직원 간 갑질 논란, 일상 생활 속 일반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각종 갑질 등 가히 '갑질 공화국'으로 불릴 만큼 우리사회 내 갑질은 만연하다.


특히 강 후보자처럼 권력과 영향력을 가진 지도층의 갑질은 조직과 사회 내에서 '용인 가능한 행동'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게 돼 하급 직원이나 부하들도 이를 따라 하도록 하는 '갑질의 연쇄 확산'을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평등과 민주주의 연구센터가 2018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갑질을 당한 빈도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에게 갑질한 경험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을 당해본 적 없는 사람의 경우 19%만 다른 사람에게 갑질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갑질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 가운데 다른 사람에게 한 번 이상 갑질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7%나 됐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왜 하필 한국이 세계의 내로라하는 '갑질 공화국'이 된 걸까. 크게 특권주의, 출세주의, 승자독식주의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하고 싶다"며 "상층부 갑질의 그런 특권적·억압적 성격은 '전위 공격성(displaced aggression)' 또는 '억압 위양의 원리'에 따라 지위의 미끄럼틀을 타고 낮은 쪽으로 이양되면서 전 국민의 머리와 가슴 속에 삶의 기본 양식으로 내면화됐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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