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예산 낭비와 부족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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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7-21  |  발행일 2025-07-21 제23면
김진욱 논설위원

김진욱 논설위원

대구 수성유원지는 많은 사람이 즐겨찾는 명소다. 곳곳에서 버스킹 공연을 볼 수 있고 온갖 축제도 열리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수성못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던 때부터 포장마차 촌이 형성됐던 시절을 거쳐 지금같은 멋진 공간으로 진화해 왔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예산이 투입된 곳, 시간과 돈을 들인만큼 멋지게 변해온 곳이 수성유원지다.


그런데 올해들어 필자는 수성유원지를 산책할 때, 예전에는 못 느꼈던 예산 낭비를 느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떠오른다. 리모델링비로 9억원을 들여 올해 2월 준공한 공중화장실을 보면서 예산 낭비라는 생각이 시작됐다. 보통 크기의 공중화장실을 리모델링하는 데 설계는 스페인 건축가에게 맡겼고, 변기도 수입품이라는 사실이 불편하다.


오리배 선착장에 있는 휠체어 승강기에서도 예산 낭비의 흔적을 본다. 작년 11월 오리배 영업이 중단되면서 8천500여만원을 들인 휠체어 승강기는 설치 10개월만에 무용지물이 됐다. 지금은 수성유원지 동편광장이 공사중이다. 늘 다녔던 곳이라 멀쩡했던 곳임을 너무 잘 아는데, 왜 공사를 하는 지 이해가 안된다.


오는 11월에는 300억원이 투입되는 수상공연장 공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내년 6월 완공 예정이다. 관람석이 1천200개나 되는 3천여평 규모다.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명품 수상공연장으로 만들고, 공연없는 날에는 시민 휴식공간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미 진행중인 사업인만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수성유원지에는 이미 작은 수상공연장이 있고, 인근 식당가에도 야외공연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들 공연장에서 열리는 공연은 거의 없다. 그래서 수상공연장에서 열릴 공연도 많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축구장 1.5배 크기의 수상공연장이 수성못 안에 들어서면 수성못의 쾌적한 모습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성유원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연장(수성아트피아)을 2년전에 1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만큼, 좋은 공연 장소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산 낭비가 될 것 같다.


예산 낭비는 수요를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두류정수장 폐쇄가 대표적 사례다. 1천775억원을 투입해 문산정수장을 신설했는데 수돗물 공급과잉이 발생하자, 정상 가동됐던 두류정수장을 폐쇄했다. 경북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2조원이 투입된 3대 문화권 사업이 꼽힌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된 이 사업으로 건립된 46개 시설의 운영 적자가 지난해만 288억원이나 된다. 이 때문에 경북도는 총체적인 활성화 대책을 새로 강구키로 했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변을 둘러보면 예산 낭비의 흔적은 곳곳에서 보인다. 그런데 우리는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행정기관의 말을 끊임없이 들으면서 지내왔다. 21일부터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신청이 시작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국비에 매칭시킬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각 지자체마다 예산이 없다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예산이 없는게 아니라 예산을 낭비한 것은 없는 지 돌아보길 바란다. 특히 대법원의 지난 16일 판결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대법원은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용인경전철 사업과 관련, 이 사업을 주도했던 전 용인시장 등에게 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확정됐다. 내가 낸 세금이 잃는 게 더 많은 곳에 투입되는 일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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