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베트남-경북 봉화의 800년 인연, 로컬의 글로벌화(化) 모델

  • 논설실
  • |
  • 입력 2025-08-13 08:28  |  발행일 2025-08-13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북 봉화와 베트남 사이의 역사적 인연이 새삼 부각돼 주목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또 럼 (To La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만찬을 갖고 양국의 우의를 다졌다. 이날 만찬은 봉화산(産) 식재료가 주도했다. 봉화 허브와 된장소스, 봉화 한우, 밀쌈이 선보였다.


봉화는 베트남 왕자를 시조로 한 '화산 이씨(李氏)' 후손들의 집성촌이 있다. 800여년전 1210년, 베트남 최초 통일국가인 리(Ly) 왕조가 역성(易姓)혁명으로 붕괴되자, 왕자 '리롱떵(Lý Long Tường)' 은 긴 여정 끝에 황해도 화산포에 도착했다. 일종의 '보트 피플'이었던 그는 고려 조정으로부터 화산 이씨를 부여받고 이용상(李龍祥)으로 알려지게 된다. 그의 13세 후손 이장발은 1592년 임진왜란 때 문경새재 전투에서 전사했고, 그 공덕을 기린 사당 충효당이 봉화군 봉성면에 건립된 것이 1750년이었다.


베트남은 현재 한국의 3대 교역국 중 하나다. 1만여개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고, 한국인의 핵심 관광지이다. 베트남 여성들은 경북을 비롯한 농촌 다문화 가정의 주류가 됐다. 봉화군은 800년 역사의 서사(敍事)를 이어 'K-베트남 밸리' 를 조성중이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이번에 방한한 베트남 수뇌부에게 이를 직접 설명하고 '베트남 메카 봉화군'을 홍보했다.


21세기 지구촌은 국가간 연대와 교류가 확장되는 글로벌 시대다. 특히 중앙정부간 외교를 넘어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문화, 관광, 인적 교류가 축적된다. 봉화군이 베트남과의 역사적 인연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고,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방 로컬(local)이 글로벌(global)로 나아가는 일종의 롤 모델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기자 이미지

논설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