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부 최우수작(대구시교육감상)-'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 입력 2008-09-27   |  발행일 2008-09-27 제15면   |  수정 2008-09-27
유전자의 이기적 생존본능 놀랍지만 인간은 유전자 명령만 따르진 않아
여다인 (정화여고 1년)
중고등부 최우수작(대구시교육감상)-

과연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타적인가 혹은 이기적인가. 이 단순한 질문은 세기에 걸쳐 인류에게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역사상 수 많은 종교와 학설이 있어왔다.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의 해답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생명의 근원을 설명하기 위해 '유전자'에 주목한다. 생명의 기본 단위는 개체나 종(種)이 아니라 모든 생명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 즉 유전자이다. 개체는 유전자를 유지하고 운반하는 '생존기계'일 뿐이며, 유전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개체에게 그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유전자는 자신의 복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퍼뜨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고 이득을 늘리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형제와 사촌이 함께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까를 생각해 보자.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더 가까운 형제에게 손을 뻗게 된다. 사람은 누구라도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먼저 구하려는 본능이 있으며, 가족이라는 사회적 관념을 몸에 익혀 왔기 때문이다. 사회적 관념과 인간적 본능으로 해석되는 이러한 행동을 저자는 유전자의 절묘한 계산법의 결과로 해석한다. 유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유전자와 가장 가까운 형제를 구하는 것은 유전자적 동일성이 적은 사촌을 구하는 것보다 번식가능성을 높여준다. 유전자 동질성이 50%인 형제 한 명을 구하는 것은 25%의 동질성을 지닌 사촌 두 명을 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니기 때문이다. 결국 유전자의 선택은 자신의 복제가 가능하거나 적어도 자신의 생존을 가장 가능성 있게 해 주는 방향으로 취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전자는 과연 정말 그러한 확률을 따지고 명령을 내리는가.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에게로 날아오는 공을 잡기 위해 그 순간 미분방정식을 떠올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자에 의하면 유전자의 행동은 공의 궤도를 예견하는데 일련의 미분방정식을 푼 것과 같다. 단지 어떤 무의식의 수준에서, 그 수학 계산과 기능적으로 똑같은 계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논리를 빌리면 인간은 사실상 컴퓨터와 기능적으로 똑같은 '가중합계' 계산을 하고 있다. '가중합계' 계산에 따라 유전자는 생물체에게 특정한 행동을 명령하게 되고 결국 그것이 일정한 습성, 나아가서는 한 개체의 특성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면적으로는 매우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사실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로 모성애가 언급된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선 책 제목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무슨 오류나 심한 비약이 있지 않았나 싶었다. 나의 짧은 생물 지식으로는 유전자에게 의식이 존재한다는 발상이 너무도 낯설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의 사고방식으로 유전자는 단지 개체의 생존을 돕기 위한 기계적인 요소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나의 생각과 정면으로 반대되는 논리를 전개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마지막 장까지 단 한 순간도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비록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전자들의 이기성에 관한 논리는 논리적 측면에서 그리고 생물학적 측면에서는 굉장히 획기적이고 분석적이지만 내가 보기에 저자는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세상에는 자신의 생존이나 이익보다 더 큰 무엇을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마더 테레사는 평생을 가난한 이웃을 위해 살았으며, 정의와 진리를 위해 헌신하거나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삶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있다. 생명체가 단순히 유전자의 운반기계일 뿐이고 유전자가 자신의 생존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아름다운 이타적 삶이 있음을 저자는 도외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생물학적 분석만으로 따지자면 사람은 신체의 명령을 일순위로 따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자연계에서, 특히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문명과 지성까지 갖춘 인간이 단순히 유전자의 명령에만 따라 선택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이론에만 치중한 논리로 보인다. 인간은 단순히 생물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요소를 겸비한 존재이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특성만을 보고서 인간의 행동과 습성을 전체적으로 판단내리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편협하게 보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다.

◇수상소감-"내 작문방식에 자신감 갖게 됐어요"

그 날 하루 나를 영화 속 주인공처럼 만들어준 문자메시지 한 통. '영남일보 책 읽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생각했다. 이건 거짓말일거야. 믿을 수 없어!

나는 중학교 시절동안 단 한번도 나의 글에 대한 시상이나 칭찬을 받아 본 적이 없다. 글짓기란 예쁜 단어와 매끄러운 문장을 잘 써내려가는 아이들에게만 웃음을 지어주는 것인가보다 했다. 답답한 마음에 몇 번쯤 어설픈 솜씨로 그들의 흉내를 내보기도 했을 정도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문학소녀'와는 거리가 멀다. 나는 명작, 로맨스 등을 읽고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실질적으로 내 삶과 관련 있는 내용을 다룬 서적을 읽고 혼자 곱씹으며 분석하거나 반론을 펴는 것을 즐기는(?) 타입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의 독서습관에 딱 적합했다. 나는 독후감의 대부분을 나름대로 생각해 본 저자의 주장에 대한 분석과 비판으로 채워 제출하였다.

이제는 더 이상 남을 흉내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나는 이번 수상 덕분에 나의 독서와 작문방식에 나름대로 확신을 얻었다. 나에게 작은 자신감과 뿌듯함을 안겨준 이 상을 잊지 못할 것 같고 내게 하나의 기회를 준 영남일보의 책읽기상 대회에 대단히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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