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위해 기부하는 김장훈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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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18   |  발행일 2012-05-18 제34면   |  수정 2012-05-18
“안중근 의사가 스무살때 동양평화론을 썼는데
우린 그 나이 때 클럽이나 다녀…반크회원 존경
실효적 지배 위해 독도 국제요트대회 개최하자”
8월13일 울진∼독도 215㎞ 동해횡단 계획발표
독도 위해 기부하는 김장훈
성신여대 서경덕 객원교수와 의기투합. 뉴욕타임스 등 해외 온오프라인에서 독도알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가수 김장훈.

Dear, 훈장김.

김장훈은 ‘훈장감’ 인생을 살고 있다.

‘잘 죽자’, 그게 삶의 궁극적 목표라는, 조금은 ‘무정부주의자’ 같은 이 사내. 자서전 같은 건 안내겠지만 만약 낸다면 ‘삶의 고비에는 늘 누군가’로 제목을 정하고 싶다는 186㎝의 기부천사. 맘은 ‘용광로’ 같으면서도 판단력은 ‘면도칼’.

요즘 그는 너무 바쁘다. 몇 차례 서울에서의 인터뷰 요청도 불발이 되고 말았다. 대신 기자가 편집한 그만의 ‘독도수호기(獨島守護記)’를 그가 추인하는 형식으로‘변칙 인터뷰’가 이뤄졌다.

오는 26일 서울에서 청소년을 위한 독도 콘서트를 동북아 역사재단과 손을 잡고 연다. 오프닝 곡을 부르기 전에 SBS가 제작한 8분짜리 안용복 다큐물을 띄울 계획이란다.

가수면서 그는 ‘독도는 우리땅’ 같은 본격적인 독도 노래를 부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번에 한곡 나왔다. 알리와 함께 부른 ‘봄비’다. 그렇다고 직접화법은 아니다. 독도는 한번만 나온다. ‘…혼자사는 것도 지겨워요. 이 나이 먹도록 난 공연만 또 죽도록, 에라이 봄비를 또 맞으며 난 독도로…’.

독도 위해 기부하는 김장훈

◆ 피가 뜨거워져요, 3월이면

그는 3월만 되면 피가 뜨거워진다. 3·1절 때문이다.

싸이처럼 뜻이 맞는 의기로운 한 교수를 2008년 봄에 만났다. 성신여대 서경덕 객원교수다.

그는 억대 광고비를 내고, 서 교수는 기발한 독도홍보포스터 및 독도 광고 문구를 짰다. 2008년에 ‘저격수’처럼 뉴욕으로 잠입한다. 김장훈은 억대 광고비도 뉴욕타임스에 쾌척했다.

‘DO YOU KNOW’로 시작되는 광고는 이랬다. ‘지난 2천년 동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는 동해로 불려왔고, 동해에 위치한 독도는 한국의 영토다. 일본 정부는 이 사실을 인정해야 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일본이 깜짝 놀란다. 일본의 허를 찌르는 장쾌한 거사로 평가됐다. 그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엔 한국전용전광판까지 확보했다. ‘하와이는 미국땅, 시칠리아는 이탈리아, 발리는 인도네시아, 독도는 한국땅’이란 퍼즐식 동영상도 내보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지난 3월18일~ 20일 뉴욕, 교토, 상하이, 런던, 시드니, 멕시코시티, 요하네스버그 등 5대양 6대주 주요 16개 도시 번화가에 유학생 및 재외동포들의 도움으로 각 100장씩 총 1천600장의 포스터를 부착했다. 지난 4월말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 앞서 현재 ‘일본해’로 단독 표기되어 있는 것을 ‘동해’로 바꾸려면 세계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는 작업이 중요하기에 포스터와 우편물(DM)을 기획한 것.

특히 그는 독도 수호를 위해 사비를 털어 독도가 한국 땅임을 알리는 고지도를 수집하고, 호사카 유지 교수 등 독도 연구자들과 반크에 수억원대의 연구비와 활동비도 지원했다. 온라인에 ‘더 트루스 오브 독도’를 개설해 현재 국어·영어·일본어로 독도의 소유권에 관련된 정보를 상세히 전달하고 있다.

◆ 나는 왜 독도에 집착할까

그는 왜 독도에 그렇게 집착할까?

사이버 외교사절단인 반크와의 우연한 만남 때문에 독도지킴이로 변할 수 있었다. 반크는 냉정하고 엄격했다. 김장훈이 노크를 했지만 인기 연예인이라고 해서 특별 대우하지 않았다. 회원 가입후 1년이 지나야 된다고 했다. 지난해 3·1절 좋지않은 몸을 이끌고 독도에서 퍼포먼스버전의 콘서트를 벌였다. 이 콘서트를 마치 김어준의 ‘나꼼수쇼’처럼 몰고갔다. 반크의 청소년들이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그는 “원래 직업도 아니고 후원도 없는데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애정 하나로 전 세계에 한국 알리는 일을 하는 반크와 서 교수한테 매료됐고 존경한다”고 말했다.

올해 광복절을 기념하기 위해 울진 죽변항에서 215㎞ 수영으로 독도 횡단에 나선다. 오는 8월13일 한국체육대 수영부 학생들과 함께 울진군 죽변항에서 출발해 독도까지 헤엄친다. 이틀간 선수들의 릴레이가 펼쳐진 뒤 8월15일 독도 선착장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는 벌써 심장이 요동을 친단다. “물질적·정신적 지원뿐 아니라, 횡단에도 동참하고 싶다. 남은 3개월간 혹독한 훈련을 통해 체력과 수영능력을 갖출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장훈은 ‘8·15 독도 횡단 프로젝트’ 단장직을 맡아 독도 횡단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부담할 예정이다.

◆ 나의 독도론

독도문제가 정리 안되면 한국은 아직 독립이 안된 거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지 않았다면 과연 일본이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를 수 있을까. 독도문제는 단순히 영토의 문제, 국익과 자연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 정신의 문제이자 독립의 문제다.

역사교육 축소도 불만이다. 안중근 의사는 20세에 ‘동양평화론’을 썼다. 우린 그 나이에 클럽이나 다녔다. 반크 회원 덕분에 전 세계 지도에서 3%에 불과하던 동해 표기가 29%로 늘어났다. 정부는 독도 실효 지배를 강화하겠다고 말하는데 큰소리보다 실제로 실효지배를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 이제 전략과 마케팅이 필요하다. 대한요트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독도 돌아오는 코리안컵 국제요트대회도 거금 걸고 잘만 운영하면 독도 알리는 데 최고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일본이 망언했을 때 한국 오는 일본 관광객한테 더 잘 해주자. 그들이 일본 가서 망언자를 욕할 수 있게. (‘소셜테이너시대와 소통하는 대중문화예술인 19인(오마이북 간)’에서 일부 인용).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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