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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문학가 중 이상(李箱),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결핵 환자였으며, 결핵으로 사망했다는 점이다. 기원전 7천년 경 화석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결핵은 인류 역사와 함께하였고, 가장 많은 생명을 앗아간 감염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21세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사는 우리는 결핵을 지나간 과거의 병 또는 후진국형 질병으로 생각해 우리와는 관계 없다고 생각하지만, 부끄럽게도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20~30대의 젊은 환자가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결핵은 결핵균에 의해 발생하며, 폐에 발생하는 폐결핵이 대부분이지만 전체 환자의 10% 정도에서는 폐 외의 장기에 발생하는 폐외결핵으로도 나타난다.
결핵은 활동성 폐결핵 환자의 기침, 가래 등을 통해 공기로 전염된다. 그러나 결핵균에 노출됐다고 해서 모두 결핵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 환자와 접촉한 사람 중 30% 정도만이 결핵에 감염되며, 감염된 사람 중 10% 정도에서만 결핵이 발병해서 결핵 환자가 된다. 다시 말해 90% 정도의 감염자는 건강상태, 영양상태, 면역력이 좋을 경우 평생 건강하게 지낼 수도 있다.
결핵의 증상은 기침이 가장 흔하며 객담, 객혈, 체중감소, 미열, 피로감 등이 있다. 그러므로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결핵 진단을 위해서는 결핵균의 증명이 가장 중요하며 흉부 단순 촬영, 객담 검사를 기본적으로 시행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 기관지 내시경, 흉수천자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렇게 결핵이 진단되면 치료를 위해 항결핵제를 복용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이소니아지드, 리팜핀, 에탐부톨, 피라진아미드의 네 가지 약제를 2개월간 복용하게 되며 이후에는 파라진아미드를 제외한 세 가지 약제로 4개월을 더 복용해 총 6개월 정도 치료하게 된다. 내성 결핵 등 특수한 상황만 아니라면, 6개월간의 투약으로 결핵은 대부분 완치된다. 그러나 투약 후 오심, 관절통, 피부발진, 간기능 저하 등의 약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임의로 약을 중단하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내성 결핵 출현 또는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신생아 때의 BCG 예방접종이 영유아 및 소아에서의 결핵성 수막염이나 속립성 결핵 같은 치명적인 결핵을 예방해 주기는 하나, 결핵 감염 자체를 예방하거나 성인 폐결핵의 빈도를 줄이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규칙적인 운동 및 영양섭취를 통해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혹시 결핵에 걸렸더라도 꾸준히 항결핵제를 복용해 다른 사람에게 결핵의 전파를 막는 것이 우리나라의 결핵 환자를 줄이는 방법이다.
유승수 <칠곡경북대병원 호흡기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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