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로폼 주얼리 아트’ 송인익 대구과학대 교수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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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5-08   |  발행일 2015-05-08 제36면   |  수정 2015-05-08
“스티로폼이 폐기물? 제 손을 거치면 반짝반짝 보석으로 되살아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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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익 대구과학대 주얼리디자인과 교수가 작업실에서 스티로폼을 활용한 주얼리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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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교수의 주얼리아트작품. 자연이 생성한 귀금속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의사(擬似)원석이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금속공예를 하다가
쉽고 실용적인 소재
스티로폼에 매료
형태·색 변화만으로
수많은 디자인 가능

日 마스터스 동경전 금상 등
국내외 공모전
잇따라 수상하며 ‘주목’
기회 되면 독일서 공부
주얼리 마스터 되고 싶어

‘스티로폼의 보석 변신은 무죄.’


송인익 주얼리 아티스트(33·대구과학대 주얼리디자인과 교수)는 일명 ‘스티로폼 작가’다. 버려지거나 쓰다 남은 스티로폼 부스러기를 활용해 빛나는 원석(?)으로 탈바꿈시키는 예술가다. 그녀가 사용하는 스티로폼은 발수처리되고 단열기능이 있는 소재다. 송 교수는 2006년 처음 스티로폼을 활용해 액자와 소품을 만들다 스티로폼 아트에 빠져들었다. 재활용품을 미술소재로 활용하는 일은 작가에게 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니 전 세계적으로 스티로폼을 가공해 ‘의사(擬似)원석’으로 만들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건 그녀가 처음이다.

“먼저 스프레이로 스티로폼을 처리해 형상을 만듭니다. 디자인적인 요소를 생각하면서 말이죠. 그렇게 하면 스티로폼이 쫄깃쫄깃하게 돼요. 그다음 아크릴코팅을 하면 마시멜로보다 단단한 느낌이 들지요. 거기에다 색을 칠한 다음 주얼리에 접목시키죠. 똑같은 모양이 나오지 않고 형태나 색의 변화만으로도 디자인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어요.”

귀금속 사이에 낀 스티로폼은 마치 반짝반짝 빛나는 자수정 같다. 인간이 만든 화학적 인공물과 자연이 생성한 귀금속이 일체가 된 느낌이다. 인간과 자연, 따뜻함과 차가움, 딱딱한 것과 부드러움이 함께 만나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주얼리는 귀금속과 보석을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장신구를 만드는 예술입니다. 주얼리엔 디자인과 조형미가 있어야 하지요. 귀금속 소재로는 금, 은, 동과 합금을 주로 이용합니다. 금속공예는 금속소재를 이용해 예컨대 액자, 테이블, 의자 같은 조형물을 만드는 예술입니다. 저는 대학시절(대구가톨릭대)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세공보단 대공을 많이 했어요. 망치로 커다란 동판을 두들겨 생활소품위주의 작업을 했죠. 금속에 십자수도 놓고 천과 가죽, 지폐도 입히는 등 별의별 실험적인 시도를 해봤어요. 주얼리보다는 장신구를 선호한 편이었는데 2006년 대학 졸업 후 석사과정에 입학했다 보석감정자격증을 따면서 보석 안에 들어있는 내포물질에 반하게 됐어요. 호박 속에 모기가 들어있는 것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놀랍거든요.”

그녀는 ‘보석 내포물질을 활용한 해체주의적 장신구 디자인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금속은 각각 고유의 색을 갖고 있습니다. 색이 이미 정해진 상태라고 봐야지요. 그래서 색을 입히는 기술이 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색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예요. 화학적으로 색을 만든다기보다 금속 이외 다른 소재를 활용하면 어떨까 고민했습니다. 좀 쉽고 실용적인 것을 찾았는데 그게 스티로폼이었지요.”

그녀는 2006년 이후 지금까지 8차례의 금속공예 개인전을 가졌다. 스티로폼을 활용한 전시는 2009년 울산에서 처음 선을 보였다. 호기심이 창작의욕으로 발전했고 거기에 실험정신이 가미되다보니 그녀의 전시는 변태하는 나비처럼 늘 새로웠다.

“처음엔 스티로폼으로 액자를 만들어보았는데 디스플레이 수준이었습니다. 보석으로 만들기보다 하나의 장식처럼 말이죠.”

그녀는 서울에 있는 GIA(보석산업계의 세계적인 연구교육기관) 자격증을 딴 뒤 대구주얼리센터에서 부마스터로 일을 하게 된다.

“당시 대구가톨릭대 박사과정에 다니고 있었는데 연구직에 응시해 합격했습니다. 주얼리센터 디자인연구실에선 실무를 맡았어요. 연구실 CAD장비를 활용해 원본을 출력하는 일을 맡았어요. 그전엔 소공인들이 서울에 출장을 가서 원본을 출력했는데 비용과 시간이 드는 등 번거로웠죠. 하지만 디자인연구실이 생긴 뒤부터 대구에서 출력할 수 있게 돼 여러모로 주얼리 골목에 있는 소공인에게 도움을 줬습니다.”

그녀는 2014년 대구 대백프라자 전시실에서 스티로폼을 활용한 아크릴장신구 전시회를 가졌다. 주제는 ‘No! more Box more Formal’ 즉 틀에 얽매이지 않지만 일정한 형식을 추구한다는 의미였다.

“반향이 컸습니다. 스티로폼이 또 하나의 보석으로 탄생한 순간이었지요. 가벼운 지우개처럼 목걸이나 브로치에 직접 탈·부착이 가능해 인기를 끌었어요. 스티로폼 보석을 육안으로 감상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손이나 목에 걸어보니 재미있잖아요. 컬래버레이션(공동작업)도 가능하겠지요.”

귀금속 사이에 낀 스티로폼 원석은 화려한 화석 같은 느낌이 든다.

그녀는 대구디자인전람회 특별상, 2014 일본 마스터스 동경전 금상 등 국내외 공모전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올해 3월엔 <사>대한미술협회와 세계미술협회가 공동주최한 뉴욕아트페어에서 금상인 반기문총장상을 수상했다. 지난 2일 찾은 그녀의 작업실(대구시 중구 대봉동)엔 가위, 펜치, 칼 같은 절단도구와 각종 원석, 스티로폼 등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한쪽엔 지금까지 전시한 작품을 가지런하게 보관하고 있었다.

“전시회를 앞두곤 밤샘작업을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요.”

송 교수는 다음 전시회에서는 좀더 정형화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스티로폼을 활용한 주얼리디자인 기술특허도 고려중이다.

“기회가 된다면 독일의 공방에 가서 더 공부를 해 주얼리 분야에서 최고의 마스터가 되는 게 꿈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송 교수의 변신이 자못 궁금하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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