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로 전 대표 흠집내기 기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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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8-19 00:16  |  수정 2019-07-04 11:27  |  발행일 2015-08-19 제1면
'동양종합건설 비자금 수사' 결국 별건수사로 전락

檢, 비자금수사 → 별건수사 → 무리한 영장청구 → ?

이슈추적/ 본말 전도된 ‘동양종합건설 수사’

5개월 걸린 포스코 주변 수사에서 ‘포스코’는 없어

개인비리 없자 경영 판단 문제삼아…비난 면키 어려워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수사는 확실한 근거에 입각한 최소한의 수사에 그쳐야 한다. 근거 없는 소문이나 음해성 투서를 근거로 한 수사는 지양해야 한다.”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7월27일 최고경영자 세미나 기조강연에서 한 말이다. 김 회장은 또 “검찰 수사는 본래 수사하고자 했던 사건에 대한 혐의가 풀리면 즉각 중단해야 하며, 다른 사건이라도 찾아서 수사 결과를 관철하려는 이른바 ‘별건(別件) 수사’ 관행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지적은 검찰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의 비자금을 캐겠다며 포스코와 협력업체들을 샅샅이 뒤지던 시점에 나왔다. 그러나 검찰은 김 회장의 발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별건수사로 기업과 기업인을 옥죄고 있다.

포스코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18일 포스코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전 대표에 대해 배임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3월 동양종합건설이 해외현장에서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해 국내로 들여왔다는 판단하에 수사 중이라고 언론에 흘렸다. 조성된 비자금은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나 이명박정부 실세 등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예단이었다.

검찰은 지난달 3일 수사인력 50여명을 동원해 동양종합건설과 관계사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배성로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소환했고, 참고인으로 불려간 임직원은 40명에 달했다. 모 임원은 무려 8차례나 불려가는 등 전체 출석 횟수가 60여 차례였다. 이들이 포항에서 서울로 오가며 조사를 받는 바람에 5개월 동안 회사 업무는 사실상 마비됐다. 지방의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먼지털이식 수사를 벌인 셈이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과거 대검 중수부도 한 사건을 놓고 이렇게 장기간 수사를 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검찰은 비자금과 관련해 아무런 단서나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다. 동양종합건설 관계자는 “검찰은 동양종합건설이 인도 해외공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3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였다”며 “이는 동양의 인도 현지법인 회계담당이던 현지인 M씨와 하청업체 대표였던 P씨가 서로 짜고 조작해 만든 거짓서류가 발단이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근무태만으로 권고사직 당한 M씨는 빼돌린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3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투서를 만들어 협박했다”며 “결국 인도 세무당국에서 몇 년 전 세무조사를 통해 음해성 투서임을 밝혀낸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한 결과가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비자금 혐의로는 기소가 불가능해지자 ‘별건수사’로 급선회했다. 건설사들이 관행적으로 처리해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가 거의 없는 부채 및 유동비율 조정이나, 적법한 절차를 거친 관계사 간의 주식거래 등 기업경영을 파헤쳤다. 그 결과 검찰은 배성로 전 대표에게 비자금과는 거리가 먼 횡령,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동양종합건설 측은 “불법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도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했고, 기업이 경영 판단에 따라 투자를 유보했다가 조기상환수수료를 물어가며 상환한 대출금을 ‘사기대출’로 포장해 무리한 영장청구를 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포스코 주변을 수사하면서 ‘포스코’ 없는 수사 결과를 내놓은 꼴이다.

언론플레이에 의한 배성로 전 대표 흠집내기도 기승을 부렸다. 일부 언론은 검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배성로 전 대표를 ‘TK 대부’ ‘TK 실력자’ ‘포스코 비자금의 저수지’라고 일컫는가 하면, 이명박정부 실세와의 친분설, 정준양 전 회장과의 유착설 등 혐의와 무관한 소문들을 기사화했다.

특히 배성로 전 대표의 첫 소환(12일) 전날 A신문은 “MB정부 시절, 곧 ‘정준양·정동화’ 체제 포스코에서 배성로 전 대표의 위상은 ‘을’이 아니라 ‘갑’으로 봐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B신문도 “하도급업체 동양종합건설에 포스코는 되레 ‘乙’이었다”는 제목의 유사한 보도를 했다.

중앙언론사의 한 법조출입기자는 “검찰은 수사가 시작되면 단계별로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 관심을 유도한다. 막판에는 구속영장청구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피의자를 질이 매우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여론전을 펼치곤 한다”고 말했다.

송국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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