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15] 김천 고대국가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26> 김천, 감문국을 기리다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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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28   |  발행일 2015-10-28 제24면   |  수정 2021-06-17 15:14
선사∼삼국유물 100여점 ‘첫선’…향토사 정립 위한 감문국박물관 건립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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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향토사연구회 주최 소장유물전시회에 전시된 삼국시대 전후 토기들을 향토사연구회원과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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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유물 전시회 개막행사에 참석한 김천시 관계자와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테이프 커팅을 준비하고 있다.

 


<스토리 브리핑>
 

영남(嶺南)의 첫 관문 김천은 백두대간 아래 아름다운 자연과 근대 상업발전의 거점으로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한때 급격한 산업화 물결에서 벗어나며 잠시 주춤하는 듯했지만, 김천혁신도시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기반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지역발전이 탄력을 받으면서 향토의 역사·문화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최근에는 김천의 고대 읍락국가 감문국이 김천 역사·문화의 원류로 새삼스레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감문국을 재조명하려는 민간 차원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최근 열린 김천향토사연구회 주최 소장유물전시회에는 1천4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 성황을 이뤘다. 전시회 첫날에는 ‘감문국’이라는 주제의 초청강연회까지 열렸다.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 26편은 김천의 고대 읍락국가 감문국을 기리려는 김천시민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다.


김천향토사硏 소장 읍락국가 유물
김천 역사·문화의 원류로 재조명
민간차원의 감문국 알리기 큰 의미

이형우 영남대교수 주제특강 눈길
“감문은 경북 서북부 아우른 큰 나라
감천물길 따라 백두대간까지 아울러”

 

 

◆ 감문국을 기억하라

지난 20일부터 3일간 김천문화예술회관 지하 향토대전시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행사가 열렸다. 김천향토사연구회(회장 이석호)가 주최한 소장유물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끌벅적한 홍보도 없었고, 화려한 부대행사도 없었지만 2001년 이후 14년 만에 김천에서 열린 지역유물 전시회답게 문전성시였다.

전시회 첫날 오후 2시부터 열린 개막 행사에는 박보생 김천시장 등 김천시 관계자와 권태을 경북대 명예교수 등 원로학자까지 총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천향토사연구회 이석호 회장은 인사말에서 “김천의 역사를 시민 여러분과 공유하기 위해 소장품을 전시하게 됐다. 특히 감문국 역사를 알릴 수 있어 흐뭇하다”고 말했다.

축사에 나선 박보생 김천시장 또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감문국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타지에 있는 김천 출토 유물들을 돌려받아 깨끗이 보존하는 것이 우리 임무”라며 감문국의 역사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전시회에는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원 소장 유물 300여점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특히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등 김천향토사연구회원 4명이 보유한 토기 등 100여점의 유물은 선사시대부터 감문국 시대(삼한시대)와 삼국시대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돌을 갈아 만든 칼에서부터 접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석기와 토기가 전시됐다. 해당 유물들은 수십년에 걸쳐 김천향토사연구회원들이 직접 수집한 유물로, 직접 발견하거나 버려진 것들을 보관해온 것이다. 대부분 이번 전시회에서 최초로 공개돼 그 의미가 컸다.

문 위원은 “지역에서 감문국 관련 유물을 선보여 기쁘다. 조만간 감문국에 관한 학술세미나를 열어 감문국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원들의 자부심도 컸다. 회원 정기호씨(67·김천시 대덕면)는 “수십년간 많은 이들의 무관심 속에 모은 유물들이 빛을 보게 돼 기쁘다. 감문국의 존재가 널리 알려져 김천지역의 역사성이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날 전시회에서는 조선시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조선시대 영조의 어필과 과거시험 답안지를 비롯한 서화와 고서·가구·도자기에 이르기까지 옛 김천사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유물이 전시됐다.

◆ 감문국의 국력을 추정하다

전시회 첫날 이형우 영남대 명예교수(국사학과)의 ‘감문국’ 주제특강도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감문국에 대한 학술연구 발표회는 종종 있었지만, 유물전시회와 더불어 관련 강연이 열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날 “감문국을 그저 소국(小國)으로 규정짓는 것은 옳지 않다. 경북 서북부권을 아우르는 큰 나라가 감문국이었다”며 감문국 역사의 재조명을 주문했다. 개령 일대를 중심으로 한 감문국의 세력이 컸으며, 신라의 감문국 정벌은 중고기 신라 성장의 큰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감문국의 규모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는 구체적 설명도 덧붙였다. 신라의 모태인 경주의 사로국과 대구의 읍락국가였던 달벌국이 넓은 분지를 기반으로 일어섰는데, 감문국 또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감문국의 중심지였던 개령면 일대를 감문국 영역의 전부로 아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감문국은 개령면의 넓은 분지와 감천 물길을 기반으로 일어선 나라”라고 설명했다.

감문국 지배세력이 감천 상류에서 하류로 내려온 정치집단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감문국은 감천 하류의 김천시 개령·아포면부터 상류인 조마·구성·지례·대덕면 등 백두대간까지 아우르는, 당시로서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을 지닌 나라였다는 것이다.

특히 이 교수는 김천시 어모면(禦侮面)의 지명을 예로 들며 감문국의 국력을 추정했다. 이 교수는 “한자 ‘어모(禦侮)’의 의미는 외부로부터 당하는 모욕(侮辱)을 막아낸다는 의미다. 이는 감문국이 다른 세력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만한 충분한 힘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 감문국을 기리기 위한 움직임

김천향토사연구회의 이번 전시회를 통해 감문국박물관 건립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먼저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형우 영남대 명예교수였다. 이 교수는 “의성 조문국과 고령 대가야를 기념하는 박물관이 있지만, 김천에는 감문국박물관이 없어 아쉽다. 박물관 건립이 김천 향토문화 발전과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감문국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김천인의 발자취를 모으자. 오늘 전시된 유물만 정리해도 박물관을 만들기에는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시안(西安)이나 이집트 카이로 등 고대유적을 가진 도시들이 별다른 자원 없이 유지되는 것처럼 박물관을 통한 도시의 역사·문화 전승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또한 감문국박물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 위원은 “종종 지방 박물관이 예산낭비의 전형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지역 특수성과 문화가치를 고려한다면 박물관 건립은 바람직하다. 현실적으로 박물관 건립이 어렵다면 소규모의 김천향토관이라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박보생 김천시장은 지역민들과 향토사학계 및 학계의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고 답했다. 박 시장은 “우리 시에서 박물관을 짓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중앙정부의 예산심사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천의 귀중한 문화자료들을 김천으로 가져오는 데 힘쓰는 한편, 감문국의 역사적 가치를 높이기 위한 ‘감문국 이야기 나라’ 사업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 참고문헌= ‘유적으로 고찰한 감문국’ ‘(진·변한사 연구) 진·변한의 성립과 전개’ ‘계명사학 제23집’ ‘국역 김천역사지리서’ ‘디지털김천문화대전’ ‘대구·경북 신석기 문화 그 시작과 끝’ ‘신라문화 제38집 별쇄본. 삼국사기 열전에 보이는 4~5세기 신라인의 활약상’ ‘김천시사’ ‘감문국 유적정비를 위한 정밀지표조사’ ‘대구·경북 문화재 약탈 스토리(영남일보)’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甘文國’

▨ 자문단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이석호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장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권태을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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