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15] 김천 고대국가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28> 감문국 이전의 김천 ①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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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5   |  발행일 2015-11-25 제24면   |  수정 2021-06-17 15:37
1만년 前 신석기 때도 구성면 송죽리·부항면 지좌리엔 사람이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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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선사 유적 발굴 당시의 모습. 송죽리를 감싸듯이 굽어 흘렀던 감천은 사진 위쪽 산의 절개지 아래로 물길을 바꿨다. <영남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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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행소박물관이 소장중인 ‘영남 문화의 첫 관문, 김천’ 특별전 도록에서 발췌한 송죽리 출토 빗살무늬토기(높이 43.7㎝). <영남일보 DB>

■ 스토리 브리핑


삼한시대 이전에도 한반도에는 사람이 살았다. 1천500여년 전 사라진 김천 지역의 읍락국가 감문국(甘文國) 이전의 김천도 그랬다.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와 부항면 지좌리 일원에서 대거 발견된 선사 유적이 이를 증명한다. 선사시대에도 김천지역은 사람이 활동한 지역이었던 것이다.

특히 송죽리 유적은 한반도 남부 내륙의 대표적 신석기 유적으로 가마터 흔적까지 발견돼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또한 송죽리에는 신석기에서부터 고려시대까지의 유구(遺構, 토목건축의 구조를 알 수 있는 흔적)가 남아 있어 역사 연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송죽리 등 김천의 신석기 유적을 감문국 건국 세력의 뿌리로 보는 견해가 있지만 증명된 사실은 전혀 없다.

감문국과 송죽리 유적 간 직접적 연계성은 없지만, 선사시대 김천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중요해 보인다.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 28편은 감문국 이전의 김천에 관한 이야기다.

 

 

# 송죽리 신석기 유적

우리나라의 신석기 시대는 약 1만년 전에 시작됐다. 빙하기가 끝나면서 기후가 따뜻해지자 한반도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왔다. 이들은 주로 강이나 바닷가에서 움집을 짓고 채집·수렵 생활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여년 전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고목마을)에서도 신석기 유적이 대거 발굴됐다. 송죽리에서는 신석기·청동기 시대의 유구가 다수 발견됐다. 특히 신석기 시대의 유구가 주를 이뤘는데 10동의 집터와 부속시설 등이 발견됐다. 집터 내부에서는 불 땐 자리 또는 둥근 모양의 화덕시설과 저장구덩이 등이 확인됐다. 주거지 바깥에서도 다양한 흔적이 드러났다. 화덕시설과 토기를 구운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가 발견됐다. 이밖에도 송죽리의 신석기 유물은 다채로웠다. 빗살무늬토기는 물론 석창 등의 무기류와 돌도끼·돌보습·어망추 등의 생활용구들이 발견됐다.


◇ 송죽리엔…
빗살무늬토기와 가마터 흔적
20여년 전 고목마을서 발굴돼
돌도끼·어망추 등 생활상 반영
집터 등 토목건축 구조도 남아

◇ 지좌리엔…
‘길쭉한 도랑형’ 후기 대표 가마
2009년 부항댐 수몰지서 발견
‘원형 구덩이’인 송죽리와 차이
토기제작기술 변화 짐작게 해


이러한 생활유물의 출토는 선사시대 도구의 변천상을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송죽리 유적 발굴에 직접 참여했던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은 “송죽리 유적은 영남 서북부 내륙지역의 문화적 특색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출토된 유물·유적으로 미뤄 송죽리는 선사인들이 살아가기에 최적의 환경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송죽리 유적은 하천이 지형을 끼고 도는 곡류하천(曲流河川)의 안쪽에 위치해 있으며 배후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산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이다. 터전을 따라 강이 돌아가며 흘렀기에 물을 구하기 쉬웠고 퇴적물이 쌓인 땅은 비옥했을 것이다. 수렵·채집으로 삶을 꾸려나갔던 선사인들의 생업에 아주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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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기 중기의 송죽리 토기가마(위쪽)와 신석기 후기의 지좌리 토기가마를 재현한 모습. 양 지역의 토기가마 실험을 통해 토기 제작 기술의 발전을 엿볼수 있다. <대동문화재연구원 제공>
 

# 송죽·지좌리의 토기가마 유적 

 

송죽리의 신석기 유적은 토기로 대변된다. 송죽리에서는 한반도 중부권인 금강 지역과 남해안 지역의 토기문화가 모두 나타난다. 출토 토기로는 빗살무늬토기가 대표적이다.

특히 송죽리 토기가마는 신석기 중기를 대표하는 주요 유적으로 손꼽힌다. 송죽리 유적 발견 당시 주거지와 먼 북쪽지역에서 돌을 쌓아올린 흔적이 발견됐다. 당시만 해도 조리시설인 줄 알았지만 해당 돌무더기는 추후 조사와 실제 토기를 굽는 실험을 병행한 결과 토기가마로 확인됐다. 당시 발굴팀의 조사 결과 송죽리 토기가마는 직경 3m 정도의 원형 구덩이 중심에 돌을 쌓아 불의 영향을 고루 받도록 한 구조로 밝혀졌다. 이러한 형태의 토기가마는 경기 하남 미사리 유적, 강원 강릉 하시동리 유적 등 전국적으로 확인된다.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은 “주거공간과 떨어진 곳에 별도로 가마를 조성한 점과 온도를 높일 수 있는 돌무더기로 보아 토기가마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송죽리에서 감천(甘川) 상류로 10㎞가량 떨어진 부항면 지좌리의 신석기 유적지에서도 토기가마가 확인됐다. 지좌리 유적은 2009~2010년 부항댐 수몰지구 발굴조사 과정에서 알려진 신석기 후기 유적이다. 지좌리 유적은 부항천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현재 부항댐 준공으로 수몰된 상태다.

지좌리 유적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신석기 후기를 대표하는 ‘지좌리식 토기가마’라는 새로운 모델의 토기가마가 확인된 것이다. 송죽리의 것과는 다른 길쭉한 도랑형의 가마터가 발견됐다. 지좌리 유적은 유구의 보존상태가 좋지 않았음에도 신석기 후기의 마을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비록 지좌리 유구의 경우 대홍수 등으로 훼손이 심해 자세한 조사는 어려웠지만 7기의 토기가마가 확인돼 꽤 큰 규모의 마을이 있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송죽리와 지좌리의 가마터 유적을 통해 신석기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토기 제작 기술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토기를 굽는데는 많은 노동력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토기를 굽는 실험을 통해 기술의 변화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대동문화재연구원의 토기굽기 실험 결과 송죽리식 토기가마를 이용했을 때는 토기 20여점을 굽는데 3t의 나무와 5명 이상의 인원이 필요했다. 반면 지좌리 형식의 토기가마에서는 같은 양의 토기를 굽는데 1t의 나무와 2명의 인원만 있으면 충분했다.

# 송죽리 암음(巖陰, 바위그늘) 유적

김천 시내에서 거창으로 향하는 3번 국도를 따라가다 보면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인근의 산기슭에 위치한 커다란 바위를 볼 수 있다. 현재 이곳은 암음유적 내부에 있는 석상을 모시는 기도처로 활용되고 있다. 암음유적은 화강암 절벽의 아래쪽 부분이 움푹 들어가 있는 모양이어서 비를 피할 수 있지만 그 면적은 크게 넓지 않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암음에서 도로쪽을 바라보면 송죽리가 한눈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송죽리 유적과 어떤 관계가 있었음을 추정해 볼 수 있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다. 20여년 전 직접 암음유적 발굴에 나섰던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은 “이 암음유적은 지형지물을 이용한 주거지일 수도 있지만 제사와 같은 모종의 의식을 행한 공간이거나 질병·출산·혼례·성인식 등과 같은 한시적인 격리공간으로도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향후 암음유적에 대한 정식 발굴조사가 이뤄진다면 송죽리 유적과의 관계가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 도움말 = 배성혁 대동문화재연구원 조사실장
공동 기획:김천시

▨ 참고문헌= ‘유적으로 고찰한 감문국’ ‘(진·변한사 연구) 진·변한의 성립과 전개’ ‘계명사학 제23집’ ‘국역 김천역사지리서’ ‘디지털김천문화대전’ ‘대구·경북 신석기 문화 그 시작과 끝’ ‘신라문화 제38집 별쇄본. 삼국사기 열전에 보이는 4~5세기 신라인의 활약상’ ‘김천시사’ ‘감문국 유적정비를 위한 정밀 지표조사’ ‘대구·경북 문화재 약탈 스토리(영남일보)’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甘文國’

▨ 자문단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이석호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장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권태을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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