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허위명예훼손범의 말로(末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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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17 07:33  |  수정 2017-06-17 07:33  |  발행일 2017-06-17 제10면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www.brotherlaw.co.kr
[변호인 리포트] 허위명예훼손범의 말로(末路)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

사람이 거짓말로 짓는 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사기, 무고, 위증, 업무방해, 신용훼손, 위계간음, 위계살인, 위계공무방해, 허위 명예훼손 등이 대표적이다.

사기는 거짓말로 재물을 가로채고, 무고는 거짓으로 국가를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고, 위증은 판사로 하여금 허위 심판하게 하고, 업무방해와 신용훼손은 거짓말로 남의 장사를 망치는 등 하나 같이 악의의 거짓을 수단으로 하고 있다.

그중에서 거짓소문을 내어 인격을 말살하는 허위 명예훼손이 으뜸이라면 과한 주장일까.

삼영화학그룹의 명예회장 이종환씨는 어렵게 살면서 성공한 뒤 소외된 인재를 키우기로 결심했다. 50년간 선도적인 기업인으로 살며 모은 돈으로 2000년 10억원을 출연해 장학재단을 만들었다. 이후 7천명의 장학생을 지원하고, 서울대 도서관을 짓는 등 개인 돈 1조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런데 평소 이 회장과 직접 만나고 싶었던 A씨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앙심을 품고 차명 블로그를 만들어 이 회장이 ‘가짜 기부천사’ ‘일본군가를 부르는 사람’ ‘공금횡령에 강간범’이라는 등 거짓말을 지어내어 세상에 퍼트렸다. 93세의 이 회장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훼손된 명예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된다.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신문·잡지 또는 기타 출판물에 의해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거짓사실로 출판물 명예훼손을 범하면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천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인터넷에서 그 행위를 자행한 때에는 별도의 가중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상향된 형은 진실의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거짓일 경우 7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이다. 진실이거나 또는 허위인식이 없고, 공익목적이라서 비방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이 사건 피고인도 공익을 목적으로 허위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이 죄를 무겁게 판단했다. 검사는 3년을 구형했지만 배심원 다수는 5~7년의 의견을 제시했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5년형을 선고했다. 이례적 판결이라 할 것이고, 사이버 명예훼손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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