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안쓰고 물감 던져…野性이 그려졌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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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04   |  발행일 2018-09-04 제24면   |  수정 2018-09-04
■ 29일까지 탁노展
“아버지 노릇 못한게 화나서
물감 투척했더니 좋은 반응”
늑대 등 동물들 주로 표현
“이 땅의 아버지들 그릴 것”
붓 안쓰고 물감 던져…野性이 그려졌다
탁노 작
붓 안쓰고 물감 던져…野性이 그려졌다

탁노<사진> 작가의 그림은 ‘무겁다’. 화풍이 무겁다는 게 아니라, 실제 캔버스의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오브제를 붙이지 않고 물감만 사용했는데도 그렇다. 물감이 엄청나게 많이 사용됐다. 그의 작업방식은 독특하다.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유화 물감 덩어리를 손으로 움켜쥐고 그대로 캔버스에 던진다. 4ℓ짜리 페인트 통에 담겨 있는 물감을 사용한다. 물감 색도 다양하다. 물감 값만 해도 상당하다. 붓 대신 주걱으로 캔버스의 일부를 쓱 닦는다. 작가는 “그림이 마르는 데만 몇 개월이 걸린다. 캔버스를 말릴 때 눕혀놔야 한다. 세워놓으면 물감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해 흘러내린다”고 밝혔다.

탁노 작가의 개인전이 대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키다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타이틀은 ‘와일드 아우라(Wild Aura)’. 야생의 기운으로 해석될 수 있다.

작가의 이름이 특이하다. 예명이다.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으로서 삶의 무게와 관련이 있다. 작가는 “삶의 고뇌와 무거운 짐을 ‘탁’ 내려놓고 작업에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본명은 조영설.

물감을 집어던진 것도 고된 삶 때문이다. 작가는 “배고프고 먹고 살기 힘든 현실에 분통이 터졌다. 자식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못하는 게 화가 나서 물감을 던졌다”고 했다. 화가 나서 집어던진 물감이 뜻밖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화가 인생의 반전이다. 스스로도 “캔버스에 던져진 물감을 보니 느낌이 좋았다. 생명의 기운을 느꼈다”고 했다.

작가는 ‘늑대화가’로 알려져 있다. 2013년까지 늑대를 주로 그렸다. 한겨울 눈밭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굶주린 늑대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작가는 “작업실 한 편에 놓여있던 전신 거울을 통해 바라본 나의 모습이 늑대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말, 독수리, 호랑이 등으로 대상을 넓혔다. 형태는 점점 추상적으로 변해갔다. 작가는 “동물의 모습은 사라지고 영기(靈氣)만 남아 있도록 신경을 썼다. 형상이나 대상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눈’이다. 소나 말 등 초식동물을 표현할 때는 눈을 그리지 않았는데, 호랑이나 독수리, 늑대에는 눈을 그렸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작가는 “동물을 표현했지만, 사실 나의 이야기를 캔버스에 옮긴 것이다. 내 안의 야성이나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작가의 ‘바위를 품은 독수리’ 시리즈는 장자의 ‘목계(木鷄)’를 연상케 한다. 작가는 “독수리는 멀리 바라보고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을 갖고 있다. 그런 독수리를 닮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제 또 다른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 동물이 아닌 사람을 그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작가는 “개인적인 아버지가 아닌 ‘이 땅의 아버지’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29일까지. 070-7566-5995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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