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바다인문학] 젓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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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2-06   |  발행일 2019-12-06 제38면   |  수정 2019-12-06
김장·한식 맛내는 ‘조연’…1년 내내 요긴한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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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젓(위), 생새우 무침(아래)

봄철이면 많은 물고기가 갯벌이 발달한 서해로 회유하는 것은 산란을 위해서다. 수온과 수질 그리고 먹이까지, 알을 낳기 좋고 어린 물고기가 서식하기 좋은 해양환경이다. 인간으로 비유한다면 최적의 인큐베이터이자 교육환경을 갖춘 도시이다. 젓새우는 예로부터 조기, 민어, 부서, 병어 등 서해로 회유하는 어류의 중요한 먹이였다. 인간들이 새우젓을 만들어 먹기 이전부터 서해의 바다생태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한다.

건강한 갯벌에 사는 젓새우
몸집이 작아 펄갯벌 얕은 바다에 서식
강하구 개발·모래 채취 서식처 훼손
강화·서해안 칠산어장권 ‘천혜 어장’
김장철엔 저렴한 돗대기새우젓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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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송도의 새우 위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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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저장토굴인 광천토굴에서의 새우 숙성 모습.

지구상에 새우는 몇 종류나 될까. 지금까지 알려진 종은 담수·기수·바다를 모두 합해 2천900여종이다. 그중 우리나라에는 90여종이 알려져 있다. 새우는 다섯 쌍의 발이 있어 ‘십각목’에 속한다. 새우 외에도 게와 집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동해 깊은 바다에서 잡히는 도화새우와 꽃새우, 서해와 남해 모래갯벌이 발달한 곳에 서식하는 보리새우, 펄과 모래가 섞인 서해 갯벌에서 잡히는 젓새우와 대하, 비싼 젓새우 대신 김장할 때 많이 이용하는 돛대기새우 등이 잘 알려져 있는 새우이다. 새우는 전라도에서는 ‘새비’라 부르기도 하는데 지역에 따라 새우, 새우지, 쇄비 등으로 불렸다. 어획시기에 따라 춘젓·오젓·육젓·추젓·동젓(동백하젓)이라 불린다.

젓새우는 몸집이 아주 작으며 펄갯벌이 발달한 얕은 바다에 서식한다. 젓새우는 젓새우, 중국젓새우, 돗대기새우 등 세 종류를 총칭한다. 이 중 특별히 젓새우를 ‘참새우’라고도 한다. 모두 젓새우과에 속하며 크기는 암컷이 15~30㎜, 수컷은 11~24㎜ 정도 된다. 산란은 봄에서 가을철로 수온이 18℃ 이상이어야 한다. 서해의 강화도 일대, 영광 낙월도 일대 칠산바다 등이 젓새우가 서식하기 좋은 곳이다. 갯벌의 매립과 간척이 활발하지 않았던 시기에 경기만 일대의 만도리(장봉도), 용유리(인천공항으로 매립), 석모도(강화도) 인근 어장과 천수만어장이 젓새우 중심 서식지 였다. 하지만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천수만 등 간척사업, 한강과 금강과 영산강 등 강하구의 개발과 오염 등으로 서식처가 사라지거나 훼손되면서 섬과 섬 사이 연안에서 떨어진 도서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이곳마저도 지방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바다모래 채취가 심해지고 약탈적인 어업이 지속되면서 젓새우는 서식할 곳을 잃고 있다. 최근 젓새우어장은 강화도 등 강화어장권, 위도·낙월도·임자도·안마도 등 서해안 칠산어장권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곳은 한강,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등에서 내려온 토사가 다도해 주변에 쌓이면서 이루어진 천혜의 어장이다.

동국여지승람은 대하(大蝦)는 경기도 4곳, 충청도 3곳, 전라도 7곳, 황해도 1곳, 평안도 1곳 등 모두 16개 고을, 중하(中蝦)는 경기도(7), 충청(1), 평안도(1) 등 7개 고을, 백하(白蝦)는 경기도(6), 전라도(2), 황해도(2) 등 8개 고을, 또 자하(紫蝦)는 경상도(3), 전라도(1), 충청도(3), 경기도(6), 황해도(3), 평안도(2), 함경도(1) 등 19개 고을이 유명하다고 적고 있다.

새우젓 시장으로는 강화 외포, 충남 광천과 강경, 전북 곰소, 전남 목포·신안 지도읍 송도·영광군 염산 등이 있다. 외포항 젓갈시장에는 18개의 젓갈 판매장이 있다. 송도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젓새우 위판장이 있다. 주요 젓새우 소매시장은 인천 소래, 충청 광천·강경, 전남 신안 송도·목포 등에 있다. 1950년대 이전에는 서해에서 잡은 젓새우가 한강을 통해 서울 마포나루까지 올라와 젓갈시장이 열리기도 했다.

언제부터 새우젓을 먹었을까
세종실록 8년 새우젓 김치 담근 기록
잡는 즉시 소금과 젓갈 만드는 ‘젓배’
동력없어 전남서 불리는 멍텅구리배


2019년 11월 중순 신안 송도에서는 1㎏ 기준으로 육젓은 6만~7만원, 오젓은 3만~4만원, 추젓은 1만~2만원에 거래되었다. 젓새우가 너무 비싸다 보니 7천원 정도 하는 돗대기새우젓이 인기다. 김장을 위해 갈아 사용할 때 비싼 젓새우보다 돗대기새우가 훨씬 실속이 있고 맛도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새우를 잡기 시작했을까.

세종실록 8년(1426) 기록을 보면, 어린오이(童子瓜)와 섞어 담근 곤쟁이젓 두 항아리를 영접도감에게 보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옛조리서 ‘주처침처방’을 발굴해 분석한 세계김치박물관 박채린 박사에 따르면, 어린 외를 따서 소금물에 하룻밤 재웠다가 꺼내 반건조시킨 후 자하젓과 섞는다는 감동저법이 세종실록 기록과 일치한다. 김치를 담그는 데 새우젓을 이용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1400년대 새우젓을 넣은 김치가 있었다. 증보산림경제에도 자하로 젓갈 담그는 법에 오이와 전복, 소라에 자하를 넣고 소금에 버무려 담으라고 설명했다. 젓갈을 넣은 김치가 널리 퍼진 것은 18세기 이후이다. 이 무렵 고추가 보급되어 비린내를 잡아주면서 널리 확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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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망 그물에서 새우를 털어 포구로 들어오는 새우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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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꽁댕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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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영광 낙월도 해상에서 조업을 했던 멍텅구리배(해선망).

새우 잡는 배를 ‘젓배’라 했다. 쉽게 상하기 때문에 젓새우는 ‘어획한 즉시 배위에서 천일염과 섞어 젓갈을 만든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전남 영광군 낙월도나 신안군 전장포 등에서는 젓배를 ‘멍텅구리배’라고 불렀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없어 예인선이 끌어줘야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옛문헌에 중선·궁선이라 불리는 배들도 젓배다. 경기도 강화지역에서는 곳배, 꽁댕이배 등으로 불린다. 강화도 곳배는 원래 돛배로 시선(柴船)이라는 황해도·경기도 지역의 상선 및 화물선에서 비롯되었다. 조선시대 한강의 하류인 강화도에서 마포까지 오르내리며 땔나무나 수산물을 운반하던 배였다. 시선은 구한말 기선의 등장으로 쇠퇴하였다. 그리고 광복 후 새우잡이에 사용할 수 있도록 무동력선으로 개조했다. 강화도 곳배는 낙월도의 멍텅구리배와 선형이 동일하다. 이때 사용하는 자루그물을 ‘해선망’이라 부른다.

멍텅구리배의 선원은 선장(사공), 영재(영자), 수동무, 동무, 화장 등 총 5명이다. 선장은 새우잡이를 총지휘하는 사람으로 물때에 따라 그물을 넣고 빼는 시기를 알아야 한다. 물때를 놓치면 작업에 큰 어려움이 생기기 때문에 물 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이는 전적으로 선장의 책임이다. 영재는 선원들 중에서 가장 연장자가 맡는다. 집안의 여성에 해당하는 사람으로 살림살이를 담당한다. 1990년대 후반까지 영광군 낙월면 낙월도에는 멍텅구리배 수십척이 새우를 잡아 새우젓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낙월도와 목포를 잇는 뱃길이 열려 있었다. 작은 섬에 다방과 술집이 10개 이상 번성했다. 배 한 척이면 100명의 주민들이 먹고 살았다고 한다.

새우젓의 미학
덤으로 젓국물 퍼주는 ‘덤통’마케팅
생활 깊숙한 음식…관련 속담도 많아
젓국·애호박찌개, 깍두기, 호박나물
간 잘 맞추는 훌륭한 조미료 사랑 받아


옛날에는 등짐장수가 새우젓을 지고 팔러 다녔다. 이 새우젓 장수는 반드시 깨끗하고 잘 닦여진 알통과 새우젓 국물이 묻어 있고 녹슬고 낡은 덤통 두개를 가지고 다녔다. 알통에는 좋은 상품의 새우젓이 담겨 있고 덤통에는 젓국물과 품질이 떨어지는 새우젓이 담겨 있다. 좋은 새우를 사면 덤으로 젓국물을 몇 그릇 퍼주었다. 그래서 덤통이다. 하는 일이 시원찮고 점잖지 못하게 구는 사람을 ‘덤거리’라고도 했다. 어쨌거나 능력 있는 새우젓 장수는 덤통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었다. 이를 알고 ‘덤통웃음’을 짓는 사람도 있었다. 덤통 쪽을 보면서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면 새우젓 장수는 얼른 알아차리고 덤으로 젓국을 퍼준 데서 생긴 말이다. 온갖 요리의 간을 새우젓으로 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덤통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마케팅 전략이 되었다.

신안에 있는 송도 새우젓시장에도 덤통웃음이 통하는 곳이다. 증도로 가는 길에 새우젓 축제도 덤이지만 산지가 갖는 매력은 더 주워 담는 주인의 넉넉함에 있다. 알뜰한 어머니들은 아예 통을 가지고 온다. 상인이 주는 플라스틱 통은 아무리 우겨 넣어도 그릇의 한계가 있으니 넉넉한 그릇을 내밀며 그릇 한 개라도 아끼라며 웃음을 짓는다. 이런 귀여운 얌체 소비자에게 안주인도 웃음으로 답한다.

제철에 앞서 잡힌 새우를 ‘오사리’라고 한다. 제철이 아니니 온갖 잡어들이 섞여 있고 지저분하다. 그래서 시정잡배를 일컬어 ‘오사리 잡놈’이라 하기도 했다. ‘새우 간을 빼 먹겠다’라는 말도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아주 작은 것에도 탐욕을 부리는 사람을 빗댄 말이다. 힘센 사람들끼리 싸우는 통에 약한 사람이 해를 입는다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은 널리 통용되는 말이다. 반대로 아랫사람이 저지른 일로 웃 사람에게 해가 미친다는 ‘새우싸움에 고래 등 터진다’는 속담도 있다. 적은 밑천으로 큰 이득을 얻는다는 ‘새우로 잉어를 잡는다’는 속담도 있다. 이렇게 새우와 관련된 말이 많은 것은 그만큼 귀천을 막론하고 사랑을 받았다는 방증이다. 지난 일을 들추어내면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는 ‘새우 벼락 맞던 이야기를 한다’는 속담이나 망하려면 생각지도 않은 일이 우연히 생긴다는 ‘절이 망하려니까 새우젓 장수가 들어온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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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일제강점기 발행한 요리모음집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새우젓은 찬수에 잠시라도 비울 수 없으니 1년 내내 기름이나 초에나 고춧가루 쳐 먹고 젓국찌개와 깍두기에 쓰고 묵힌 것은 호박나물에 꼭 필요하고 김장때에는 젓국지와 깍두기에 요긴하며 조기젓이 있어도 새우젓이 없으면 깍두기가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새우젓은 김장용만 아니라 그 자체로 밥상에 올라오기도 한다. 또 콩나물해장국과 애호박찌개의 간을 맞출 때도 새우젓을 사용했다. 추젓은 크기가 작아 김장이나 음식양념으로 좋다. 오젓과 육젓은 살이 통통해 그 자체로 훌륭한 반찬이다. 우리 밥상의 간을 맞추고 조미료 역할은 물론 최근에는 한식의 맛을 내는 조연까지 작은 젓새우가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서해 바다에 해양생태계와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젓새우, 아쉽게도 매년 크게 감소하고 있다. 바닷물과 강물이 소통하며 만들어 내는 건강한 하구갯벌이 복원되지 않는다면 젓새우도 언젠가 서해바다를 떠날 것이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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