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영화의 심장소리] '행복을 찾아서'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2006(2017재개봉)·미국)

  • 임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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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7   |  발행일 2020-03-27 제38면   |  수정 2020-03-27
행복 찾기를 포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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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심리상담사

마스크와 외출 경계, 각종 모임의 금지 속에서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지인들에게 전화로, 톡으로 안부를 물으니 잘 지낸다고 했다. 누구는 모처럼 아이들과 느긋한 시간을 보낸다고 했고, 누구는 출근하는 남편 도시락을 싸느라 분주하다고 했다. 또 누구는 텃밭에 상추·깻잎 모종을 사다 심었다고 했다. 이참에 콩나물을 키워보고 있다고도 했다. 나의 경우는 집안 일하는 틈틈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는 한가로움을 누리고 있다. 두 달 전과는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세상 모든 일이 나쁜 면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 문제만 아니라면 쉼의 시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하지만 먹고사는 일은 냉혹한 현실이므로 부디 이 시기를 잘들 견뎌내길 기도하는 마음이다.

2007년 국내 개봉되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행복을 찾아서'는 실화다. 노숙자에서 억만장자가 된 크리스 가드너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의료기기 세일즈맨인 크리스는 판매실적이 저조해 집세조차 내지 못한다. '숫자에 밝고 사교성이 좋은' 그는 인생 역전을 꿈꾸며 증권 중개인 인턴십에 도전한다. 하지만 생활고에 지친 아내는 다섯 살 아들을 남기고 떠난다. 경쟁을 뚫고 인턴십에 합격하지만, 무급인 데다 정직원으로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집세를 내지 못해 쫓겨난 크리스는 노숙자 쉼터에서 생활하며 주식 공부를 한다. 영화 내내 아들을 지키고, 행복을 찾기 위한 그의 고군분투가 계속된다.

영화의 원제는 'The Pursuit of Happyness'인데, Happiness의 철자를 의도적으로 틀리게 쓴다. 주인공 크리스는 토마스 제퍼슨의 독립선언문 속에 있는 '행복 추구권'(영화의 원제)을 언급하며 행복이란 추구할 뿐 결코 가질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불행을 빗대어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숙소가 없어 공중화장실에서 아들과 잠을 청하던 장면이 생각난다. 누군가 밖에서 열려는 문을 발로 막으며, 아들이 깰까 봐 두 손으로는 귀를 막던 그의 눈에 흐르던 눈물….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며 아들과 함께 활짝 웃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그 눈물 속에 이미 행복이 숨어 있었다고. 어떤 상황에서도 아들만은 끝까지 지켜내고자 하는 사랑의 마음이 바로 행복의 씨앗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내 주변에 숨어있는 행복의 씨앗을 찾아 물을 주는 것, 그게 바로 행복의 비결일 것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은 '세븐 파운즈' '키스 미 어게인'에 이어 '파더 앤 도터'를 감독했다.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는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의 영화들을 꼭 찾아보기 바란다. 친아들과 함께 훌륭한 연기를 펼친 배우 윌 스미스가 영화의 감동을 더 한다. 영화는 크리스 가드너의 어린 시절과 성공한 이후의 과정은 생략한 채 아들과 함께 노숙자 쉼터를 전전하며 고생한 시절을 주로 다룬다. 이후 그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기부를 아끼지 않으며, 재능 기부 형태로 수많은 강연을 다닌다고 한다. "노력과 성실은 배반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 바로 다시 시작하라"는 그의 말은 요즘처럼 힘든 시기에 귀담아들을 만하다.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며 "인간에게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란 말의 울림도 크다.

누구나 힘든 시기다. 하지만 행복 찾기를 포기하지 말자.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속에 이미 행복의 씨앗이 숨어있음을 잊지 말기 바란다.

시인·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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