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변비와 감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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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9-29 07:53  |  수정 2020-09-29 07:59  |  발행일 2020-09-29 제15면

노성균
노성균 〈늘시원한 위대항병원장〉

홍시·곶감에도 타닌 성분 여전히 존재
변비와 관계 없다는 정보 맹신은 금물
장기능 약해진 어르신들 더 주의해야


"감 먹으면 변비 걸리는 게 맞나요?"

가을만 되면 꼭 듣는 질문이다. 아마 항문·대장 쪽 전문의여서 정확한 답을 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묻는 것인데 질문자의 의도대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자칫 애매하게 두루뭉술하게 끝내는 경우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싶어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적당하게 드세요."

하지만 질문자의 호기심은 이런 답변에 성이 차지 않는다. "홍시나 곶감은 괜찮다면서요?" 대부분 이런 분들은 곶감이나 홍시를 즐기는 분들이다. 이런 분들에겐 "절대 안 된다"는 답변을 하기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에 살짝 여지를 두고 답을 해준다.

오래전 병원에서 일할 때다. 배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환자를 수술하다보면 예상외로 딱딱한 섬유 덩어리로 고통을 받은 분들이 많다. 당시 교수님이나 선배 의사들은 사실 가을 감 탓을 많이 하시곤 했다. 그때만 해도 먹을 것이 요즘처럼 풍족하지 않은 터라 가을철 감은 우리네 식탐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이었으리라. 떫은 감을 우린 '땡감'이라 불렀다. 성격이 급한 애들은 땡감을 소금단지에 묻어 떫은맛을 없앤 뒤 먹기도 했다. 하지만 필자는 한 번도 소금 단지 안에 묻어 놓은 감이 떫은맛이 없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다. 기다리기 지루해서 삭기도 전에 한 입 베어 물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 감의 떫은맛은 '타닌' 성분 때문이라는 것은 담배 속엔 '니코틴'이 있다고 알 듯 이제 다 아는 상식 중 상식이다. 이 타닌이 물을 빨아들이는 기능이 강해 변비가 쉽게 생기게 되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엔 많은 정보가 넘친다. 이런 정보 중에는 참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데 아주 그럴듯하게 설명을 덧붙여 헷갈리기 좋게끔 만들어 놓았다. 곶감은 만드는 과정에서 타닌이 다 사라져 버린단다. 감은 익으면서 타닌이 사라지므로 홍시는 전혀 변비와 관계없단다. 그러면서 감꼭지에는 타닌이 많이 들어 있어 그것만 제거하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이다. 마치 복어에 독만 제거하면 아무 문제 없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참으로 무책임한 설명이 아닐 수 없다. 품종 자체가 다른 단감이나 떫은 감에는 타닌이 존재한다. 떫은 감이 익으면 단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감이 숙성하는 과정에서 타닌이 성분 변화를 일으켜 고분자 형태로 변하고 우리 혀의 미뢰가 이것을 감지하지 못할 뿐이다. 곶감이나 홍시는 단감 품종이 아닌 떫은 감 품종으로 만드는데 타닌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면 틀림없다. 간혹 홍시 먹다가 처음엔 달다가 끝맛에 떫은맛을 느낀 사람들이 많으리라. 이게 타닌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실제 떫은맛을 내는 감이 삭아 단맛이 나는 감을 분석했더니 여전히 타닌이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부터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을의 대표적인 과일인 감을 우리 몸에 해로운 과일이니 먹지 말아야 된다고 결론을 낸다면 큰일이 난다. 그렇다고 영양학자나 민간요법을 이야기하는 분들처럼 피부 기미를 없애고 음식 소화를 돕는 기능도 있고 화상, 동상, 타박상에 바르면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비타민C는 레몬보다 1.5배 많고 사과보다 10배나 많으며 비타민A가 풍부해 눈 건강에 좋다는 말도 의사로서 하기엔 부적절한 말이다. 단지 필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적당하게 즐기라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홍시 10개를 해치우는 사람을 봤다. 감으로 배 채우려는 미련한 행위는 절대 금물이고 장 기능이 약해진 어르신들은 더더욱 주의를 요할 일이다.
노성균 〈늘시원한 위대항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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