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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양 조각가가 경산시 남천면 흥산리 작업실에서 작품제작을 하고 있다. |
"흉상을 제작할 때 외형적으로 닮아야겠지만, 그 이상을 뛰어넘어 정신이 느껴져야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경북 경산시 남천면 흥산리 두원조형연구소 최병양(59) 조각가는 요즘 흉상이나 동상 제작에 열중이다. 코로나19는 예술가의 삶을 힘들게 하지만 최 작가에게는 그나마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나 블로그를 보고 원근에서 작품 제작을 의뢰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영남대 미대 조소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계명문화대 외래교수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에서 만날 수 있다. 흉상 제작으로는 작품의 수준이나 제작 수량으로도 전국에서 손꼽힌다. 처음 지방작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람들도 그의 작품을 보면 감탄할 정도.
20년전 경산으로 작업실 옮겨
이순신 동상·선비촌 선비상 등
전국 곳곳에 뛰어난 작품 전시
있는 그대로 모습 인정 않고
좋은 모습 요구땐 제작 거절
최 작가가 요즘 제작 중인 작품은 미국에 있는 오수영 신부의 동상이다. 지난해도 서울과 부산의 기업과 병원 창업주의 흉상을 비롯해 전남에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 동상과 무안의 영인효원(榮仁孝園) 효부 동상 등을 의뢰받아 제작했다.
그는 "흉상이나 동상을 제작하면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작품 속에 깃든 영혼이다. 형태를 닮는 것은 어느 정도 숙련되면 다른 작가도 할 수 있지만, 외형을 뛰어넘어 내면의 정신을 표현해야 진정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현존 인물의 흉상 작품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자기 얼굴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할 때"라고 한 그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좋은 모습만 요구할 때는 아무리 비싼 작품값을 내놓아도 거절한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대구 동구 망우공원 임란호국영남충의단 기념 조각, 대구 중구 소석문화센터 마천석과 동아오피스빌딩 브론즈, 대구시 동구 KT 신암전화국 조형물, 칠곡 영남네오빌 조형물, 영주선비촌 선비상 동상, 청도 관재 김경곤 선생 동상, 안동과학대 설립자 동상, 거제 동백섬 지심도 인어상, 대구 수성구 두산동 두산SK리더스뷰 조형물 '흐름-비상', '무지개 동산'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작업실은 경산에서 청도로 가는 국도를 달리다 흥산리 입구라는 표지판이 보이는 곳에서 우회전해 마을길을 따라 3㎞쯤 들어가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그가 이곳으로 거처를 옮겨온 것이 벌써 20년이 됐다. 평소 조용한 작업장을 갖는 것이 꿈이던 그가 1999년 대한주택공사 대구 달성명곡미술장식품 공모전에 당선돼 목돈이 생기자 바로 실행에 옮겼다. 이사를 오면서부터 한두 그루씩 심기 시작했다는 산수유며 향나무·측백·목련·장미 등 정원수들이 이제 울창하게 자랐다.
최병양 작가는 "작품을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다. 작업 중 쉬는 시간에는 나무를 가꾸고 잔디도 깎으며 머리를 식히고 다른 작품 구상도 한다. 계절을 피부로 느끼며 살다 보니 걱정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영현기자 kscyhj@yeongnam.com

최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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