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의 시대'에 '탈삼진 팀'으로...삼성 라이온즈, '닥터K' 뷰캐넌·원태인

  •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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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1   |  발행일 2021-04-22 제19면   |  수정 2021-04-22 08:56
뷰캐넌
지난 15일 펼쳐진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오른쪽)이 9이닝 11탈삼진 1볼넷 무실점 피칭으로 4-0 완봉승을 거둔 뒤 포수 강민호와 손을 맞잡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볼넷 인플레이션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달 3일 2021시즌 KBO리그가 개막한 이후 20일까지 71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10개 팀이 쏟아낸 볼넷은 모두 622개다. 경기당 8.76개로, 시즌 전체 720경기를 감안해 계산하면 6천307개 페이스가 도출된다.

지난해 5천314개, 2019년 4천749개, 2018년 4천622개, 2017년 4천520개 등 최근 5년 볼넷 수와 견줘도 역대급으로 많다.

볼넷이 많다는 건 제구가 되지 않는 투구가 그만큼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팬들 입장에선 지루한 경기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야구계 안팎에선 볼넷이 갑자기 많아진 원인에 대한 분석과 해결책 마련에 분주하다.

그러나 삼성 라이온즈는 여기서 빠져도 될 법하다. 어느 팀보다 탈삼진이 많고 볼넷은 적은 시즌을 보내고 있어서다.

삼성은 지난 20일까지 15경기를 치르는 동안 120탈삼진을 뽑아냈다. 경기당 평균 8탈삼진이다. 경기당 8.71개(14경기 112탈삼진)를 기록 중인 SSG 랜더스 다음으로 많다. 볼넷은 55개를 기록해 경기당 3.66개로 리그에서 가장 적다. 경기당 5.21명(14경기 73볼넷)을 걸어서 내보내고 있는 KIA 타이거즈에 비해 월등히 적은 수치다.

이런 삼성의 팀 페이스는 예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은 지난 시즌 경기당 6.46탈삼진(144경기 931탈삼진)과 3.76볼넷(144경기 542볼넷)을 기록했고, 2019시즌에는 6.41탈삼진(144경기 924탈삼진)과 3.63볼넷(144경기 523볼넷)을 거뒀다.

올 시즌 삼성이 볼넷은 비슷하지만, 탈삼진을 경기당 1개 이상 더 뽑아내고 있는 셈이다..

원태인
지난 18일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삼성 선발투수 원태인(왼쪽)이 7이닝 10탈삼진 1볼넷 무실점 피칭을 펼치고 포수 강민호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제공>

'볼넷의 시즌'에 삼성이 살아남아 오히려 '탈삼진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배경엔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과 원태인의 완벽한 피칭이 자리한다.

뷰캐넌은 15일 대구 한화전에선 9이닝 11탈삼진 1볼넷으로 KBO 데뷔 첫 완봉승을 챙겼다. 완봉의 여파일까. 뷰캐넌은 21일 SSG 랜더스전 시즌 4번째 선발등판에서 영점이 흔들리며 4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삼진을 뽑아내 3탈삼진을 추가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뷰캐넌은 4경기에서 26⅔이닝을 책임지면서 28탈삼진, 10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원태인의 활약은 더 눈부시다. 3경기 18이닝 동안 탈삼진은 25개를 솎아냈고, 볼넷은 단 3개만 내줬다. 원태인은 13일 대구 한화전과 18일 사직 롯데전 연속 10탈삼진 경기를 펼쳤다. 국내 투수로는 역대 33번째, 외국인까지 포함하면 42번째 '2경기 연속 10탈삼진' 타이틀이다. 지난 2014년 5월15일 KIA 양현종 이후 2천530일 만의 대기록이기도 하다.

시즌 개막 전 삼성 선발진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토종 좌완 에이스 최채흥이 복사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21살 2년차 이승민이 급하게 수혈됐다. 시범경기 내내 불안하던 벤 라이블리가 개막 후 2경기 연속 부진했고, 3선발 백정현도 제구 난조를 보이며 흔들렸다.

하지만 삼성은 시즌 초반 연패 위기를 마운드와 타선의 조화로 극복하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채흥의 복귀도 머지않았다. 탈삼진 팀으로 새로 태어나 공격적인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의 선전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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