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주택시장 전망…실수요자 중심 '활황' vs 공급 과잉으로 조정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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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8   |  발행일 2021-05-18 제13면   |  수정 2021-05-18 08:04
조정대상 지정후 투자자→실수요자 중심 변화
지역 전문가 "대구 분양시장 견고" 의견 많아
"하반기 조정장세 진입…신중 구매" 전망도
금리인상·대선 등도 부동산시장 핵심 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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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과잉 우려 속에서도 대구 주택 경기는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 지난 4월 말까지 대구 아파트 시장에서는 19개 단지 9천138세대가 분양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8개 단지 4천203세대보다 2배가 넘는 물량으로, 공급과잉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단지들이 초기에 분양을 마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달성군 일부 제외)된 이후 청약경쟁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동구 일부 지역에서 청약 미달사태가 빚어지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며 주택시장 변혁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결국 투자자 중심의 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변하는 것으로 읽혀지는 대목이다. 세금·대출 등 정부의 투기 억제책 강화로 투자자들이 물러나 과잉됐던 청약 열기가 식으면서 그동안 당첨의 기회가 없었던 실수요자에게는 좋은 청약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공급 물량 과잉으로 조만간 시장이 가격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측도 제기된다. 금리 인상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작동할 부동산 정책 방향 등도 향후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4월까지 대구 아파트 시장 '순항'

올 들어 4월까지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은 선방했다.

대구지역 부동산전문 광고대행사인 애드메이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대구에서 분양 공급 물량이 가장 많았던 지역은 수성구였다. 수성구는 3천617세대를 분양해 대구 전체 분양물량(9천138세대)의 40%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동구 1천594세대(17.4%)와 남구 1천272세대(13.9%), 달서구 1천138세대(12.5%)가 뒤를 이었다.

3.3㎡(1평)당 분양가(발코니 확장비 포함·기준층 기준)는 1천762만원으로, 지난해 평균 분양가 1천647만원보다 약 7% 정도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성구의 경우 4월까지 평균 평당분양가가 2천140만원으로 2천100만원을 넘어섰다. 수성구 만촌동에 분양한 한 단지의 경우 평당 분양가가 2천450만원을 넘겼고 건설업체들이 제시한 옵션을 다 포함하면 평당 3천만원을 넘겨 실질적인 분양가 인상 폭은 훨씬 높은 편이다.

올 들어 4월까지 분양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청약자 수는 2천239명으로 6.55대 1로 집계됐다. 2020년 전체 1순위 평균 21대 1, 2019년 평균 18대 1과 비교하면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된 이후 분양 청약 경쟁률이 현격히 떨어진 것이다. 특히 동구 일부 지역의 경우 대규모 미달사태가 나타나 '대구 주택시장=완판'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입지에 따라서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런 추세는 그간 투자자 중심의 '묻지마 청약'이 사라지고 실수요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골라서 청약하는 분양 양극화 현상으로 보여지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멸실주택이 장기 호황의 배경…입주물량 증가, 시장에 부담 가능성

대구 분양시장이 큰 조정을 받지 않고 장기 호황을 누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멸실 주택 급증이 자리한다.

대구 아파트 분양시장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분양물량이 매년 2만 세대를 넘겼다. 지난해까지 3년간 총 7만7천 세대를 분양하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 기간의 분양 물량들이 도심을 중심으로 한 재개발·재건축이 중심이 되면서 대규모 멸실 주택이 발생해 실질적인 공급물량이 과잉은 아니었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실제 대구의 멸실 주택은 이전에 평균 3천 세대이다가 2015년부터 5천500세대를 넘기고(2017년은 4천375세대), 2019년에는 1만 세대를 웃돌면서 대구 주택시장의 장기간 호황을 뒷받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멸실주택은 8천 세대로 추정된다.

하지만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하면서 실질적으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올해 1만7천 세대를 시작으로 2022년 2만 세대, 2023년에 2만6천 세대가 입주 대기하고 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향방은

올해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한마디로 '양극화'라는 것이 대부분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래된 구축아파트와 외곽지 아파트의 경우 경기가 하방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고, 신규 분양 아파트 시장과 도심의 인기 지역 아파트는 상승 곡선이 예측된다는 것.

시장은 변하고 그 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부동산 시장은 정부도 통제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앞으로 대구 주택 시장 전망은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공급물량 확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은 호황을 지속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 이유는 정부의 분양가를 강력하게 통제하면서 신규 분양가가 아직은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고 중도금 융자 등에서도 기존 아파트보다 유리한 것들이 많아 신규 분양아파트를 노리는 실수요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조정대상지역 지정 이후 투자자들이 빠져 나가면서 실수요자들에게 당첨 기회가 더 높아졌다는 것도 그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지역의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실수요자의 선택에도 투자 개념이 포함돼 있다. 정부의 분양가 통제 정책으로 분양가가 주변시세보다 낮아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 심리로 당분간 대구 분양시장은 활황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또한 최근 분양 계약자들은 이전과 달리 20~30대가 많다. 부모와 세대 분리를 통해 청약해 당첨되는 경우로 보여진다"고 전했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겸 대영레데코 대표도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시장으로 전환됐는데 청약률은 현저히 떨어졌지만 계약률은 이전보다 높아졌다"면서 "매수 심리가 여전히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대구 분양시장은 견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학군·교통·생활편의시설에 더해 재테크 가치를 따져 지역별 양극화는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작동되는 대선 모드의 부동산 정책과 금리 인상 등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공급 과잉 여파로 올 하반기부터 조정 장세로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 전문가도 있어 더욱 신중한 구매 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장은 "우선 수성구 내에서도 동네 및 단지 양극화와 같이 지금보다 양극화가 더 세분화될 것"이라면서 "올해 하반기 이후는 공급 우위 시장으로 매수 관망세가 이어지면서 오는 9~10월에는 시장 전체적으로 조정을 받는 지역이 조금씩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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