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나는 도시 자연인이다

  • 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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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6-07   |  발행일 2021-06-07 제13면   |  수정 2021-06-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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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향기박사가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에 개그맨이 산속에 사는 자연인을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나는 자연인이다'란 교양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용기가 없어 방송보는 것으로 대리만족만 하지만,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 때면 자연인처럼 훨훨 도시를 떠나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할 때도 있습니다. 도시를 떠난 자연인들은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한 채 대부분의 음식재료를 자급자족합니다. 무엇하나 쉽게 구할 수 없으니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하는 것도 자연인의 숙명입니다. 그래서 반찬을 만들기 위해 산에서 약초를 구하기도 하고, 텃밭에서 채소를 키우기도 합니다. 단백질은 야생에서 키운 닭이나 달걀 혹은 계곡에서 잡은 생선이나 미꾸라지로 보충합니다. 그 결과, 자신을 방문한 개그맨에게 대접하는 식사는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아주 건강한 식사입니다.

이처럼 몸은 힘들겠지만 바쁜 현대사회의 스트레스로부터 조금 벗어나 건강한 식단으로 생활하는 자연인들의 뇌건강은 과연 어떨까요? 이 분들을 직접 검사해보지는 못했지만, 2021년 5월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의 안드레이 이리미아 교수 연구진이 'Gerontology Journal, Series A: Biological Sciences and Medical Sciences'에 발표한 연구결과를 통해 그 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연구진은 남아프리카 볼리비아 아마존 지역에 사는 치마인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산업화된 국가 사람들과의 뇌건강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뇌가 위축되고, 이는 치매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치마인 원주민들은 산업국가 사람들에 비해 중년에서 노년으로 접어들 때, 뇌의 부피 감소가 70%나 더 천천히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산업국가 사람들은 문명 이기의 도움을 받아 덜 움직이고, 음식도 포화지방이 많이 함유된 식사를 합니다. 반면 치마인 원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분주히 몸을 움직여야하니 자연히 신체활동양량 많고, 음식도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채소·과일·생선 등 고섬유질 식사를 합니다. 이미 이전 연구에서 치마인 원주민들은 관상동맥경화증 발병률이 가장 낮으며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가 거의 없는 매우 건강한 심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의사들은 아마 치마인 원주민들이 생존을 위해 사냥, 채집, 낚시, 농사 생활을 부지런히 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활발한 신체활동으로 인한 건강한 심장과 고섬유질 위주의 식단이 치마인 원주민들의 뇌건강을 지켜주는 것 같습니다. 반면 우리의 좌식 생활과 당분과 지방이 풍부한 식단은 뇌건강을 해치고, 결국 우리 뇌는 치매와 같은 질병에 더 취약해지나 봅니다. 비록 아마존 치마인 원주민이나 자연인처럼 살지 않더라도, 섬유질 많은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뇌건강을 지킨다면 우리도 '도시 속 자연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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