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人사이드] '우승 청부사' 알렉산더 가마 대구FC 감독 "기복 없는 경기력 집중…승리와 우승 기운 대구서 이어가겠다"

  • 최시웅
  • |
  • 입력 2022-03-16 07:47  |  수정 2023-11-29 15:20  |  발행일 2022-03-16 제14면

clip20220314140114
알렉산더 가마 대구FC 감독은 올 시즌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우승 목표를 꼭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가마 감독이 1월5일부터 2월11일까지 진행된 2022시즌 대비 전지훈련장에서 훈련을 지휘하던 중 구단 엠블럼을 펼쳐보이고 있다. 〈대구FC 제공〉

프로축구 대구FC에는 한국 최초 시민구단이라는 자부심이 늘 함께한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일어난 축구 열풍을 타고 2003시즌 당찬 첫발을 내디뎠지만, 열악한 자금 사정과 인프라 등 한계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3년 K리그에 승강제가 도입된 1년 뒤 결국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돼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조광래 대표이사가 팀을 맡으면서 대구는 조금씩 변해갔다. 3년 만에 자력으로 다시 1부 리그에 올라섰고, 지난해엔 구단 역사상 가장 높은 K리그1 3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구는 올해 창단 20주년을 맞아 '리그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대구가 K리그1 챔피언에 오르긴 쉽지 않다. 고액 연봉의 스타 플레이어를 영입할 여력이 부족할뿐더러 한 시즌 38경기를 무리 없이 끌고 갈 선수층을 쌓는 것이 벅찬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리그 우승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브라질 출신 알렉산더 가마 감독을 새로 영입해 사령탑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고 와신상담하고 있다. 지난해 구단 역사를 새로 쓴 이병근 전 감독을 내치면서까지 가마 감독을 데려온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구단과 선수, 팬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대업을 짊어진 가마 감독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올 시즌 구상을 들어봤다.

▶올해 대구FC는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우승 청부사'로 초대를 받았는데 각오는.

"대구를 우승시키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선택된 데 대해 굉장히 영광스럽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 구단을 지휘하면서 많은 우승 경력을 쌓아온 터라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그동안 승리와 우승의 기운을 대구에서 반드시 재현할 것이다."

▶대구 팬들이 가마 감독의 축구를 두고 '가마볼'이란 애칭을 붙였다. 스스로 그리고 있는 가마볼은 무엇인가.

"승리하는 축구다. 그간 다뤘던 모든 팀은 경기장에서 조직력을 바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움직였다. 주도적이어야 한다. 공이 없을 때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나서야 하며, 공을 가졌을 땐 모든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가는 축구를 구현해야 한다. 세계적 명장인 조제 모리뉴(AS 로마 감독), 위르겐 클롭(리버풀 감독)과 같이 '승리를 위한 경기'를 펼치고 싶다."

▶승리하는 축구를 위해 대구FC에 필요한 게 무엇인가.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선 득점이 필요하다. 득점하기 위해서는 주도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경기장을 지배해야 한다. 선수들이 항상 침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마지막 결정적인 공간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바탕과 기반엔 조직력이 필요하다. 공격하는 동시에 수비 준비도 이뤄져야 한다. 위험 지역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난 전방에서부터 상대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선수별 스타일·기량·장점 파악해
조금씩 새로운 아이디어 주입 중
경기 치를수록 발전하는 게 보여
팀 최대 강점인 수비 조직력 바탕
공수 전환 속도 더 높이는 데 주력

조광래 대표 나를 믿고 전폭적 지원
지금 자원으로도 강팀 만들 수 있어"



▶대구FC의 변화를 위해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수비 라인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공을 가진 선수를 괴롭혀 공을 탈취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작년 대구의 경기 장면과 훈련 현장을 봤을 때 가장 큰 강점은 수비다. 수비 조직력뿐만 아니라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되는 속도, 수비에서 공격으로 다시 전환되는 속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대구 구단과 선수들이 가진 스타일, 기량, 장점을 파악해 조금씩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입하면서 더 좋은 선수·구단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대구는 성장하는 팀이다. 구단과 선수들이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는데, 내가 강조하는 축구 철학을 믿고 훈련과 경기에서 이를 따르면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리그 우승을 위해선 기복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기복 없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겠다."

▶2022시즌 개막 직전에 사령탑에 오르면서 선수단 구성에 크게 관여하지 못했다. 가마볼을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포지션과 선수는.

"내가 추구하는 축구는 특정 포지션이나 선수가 아니다. 어떤 선수보다도 팀을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포지션은 각기 다르지만 하나의 경기를 위해 연결돼 있다. 이러한 팀이 유기적으로 하나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수 한 명이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지만 하나의 팀은 대회, 리그의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다."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와 인연이 깊다는데.

"2009년 경남FC 수석코치로 한국에 처음 왔다. 이후 2011년엔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 수석코치도 맡았다. 나를 한국에 데려와 경남 코치로 앉힌 사람이 조 대표이사다. 조 대표이사는 나를 한국 축구 대표팀 코치까지 이끌었다. 당시 조 대표이사가 경남 감독,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었다. 이번에 대구 감독이 되는 과정에서도 조 대표이사와의 인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대구FC행을 결정짓는 과정에서 조 대표이사와 나눈 교감이 있나.

"늘 한국에 다시 돌아오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전에 한국에서 코치 생활을 했을 당시에도 만족감이 있었다. 이번에 다른 나라에서도 좋은 조건의 계약 제시가 있었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로 한 것은 조 대표이사와의 인연이 결정적이었다. 한국에서 꼭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조 대표이사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같이 일했을 때 기뻤고, 서로 존중했다. 이렇게 감독으로 왔기에 실망시켜 줄 순 없지 않나. 믿고 신뢰해 준 만큼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10여 년 만에 한국 프로축구로 돌아왔다. 현재 리그 내 유일한 외국인 감독이기도 하다. 적응이 어렵진 않은가.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이 가장 강력한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량 면에서 확실히 뛰어나다. 10년 전 경남FC에서 코치를 맡았을 때보다 K리그가 많이 발전했다. 어느 한 팀 쉬운 상대가 없고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 리그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그동안 몸담았던 팀들은 좋은 환경과 조건, 팀 퀄리티를 갖추고 있었는데, 대구도 다른 어느 해외 구단에 견줘서도 부족함이 없다."

▶과거 조 대표이사와 경남FC를 이끌던 시절 어린 선수 육성과 단단한 수비 전술 구사 등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대구에서도 조 대표이사와의 좋은 호흡을 기대해도 좋은가.

"경남에서 조 대표이사와 함께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구단에서 나를 믿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고 있는 만큼 지금 가진 자원으로도 충분히 팀을 잘 이끌 수 있다. 아직은 적응 중이라 100% 만족하지 않지만 훈련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발전하고 있다. 점점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

▶부임 첫 시즌 리그 출발이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 2승1무2패로 무난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경기를 치를수록 선수들이 발전하고 있다. 나 역시 시즌 첫 경기인 서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점점 적응하고 있다. 고재현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개인기뿐 아니라 전술적으로 많은 역할을 해내며 선전하는 등 팀에 헌신하고 있어 무척 고무적이다. 지금은 선수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팀과 함께 고민하고 계획한 부분을 그대로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구FC 팬과 시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팬 여러분이 기대하던 것과 달리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팬 여러분이 즐거워하며 함께 승리를 만끽할 날들이 많아질 것으로 믿는다. 항상 응원해주고 서포트 해줘 감사하다. 팬이 없는 팀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앞으로도 계속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길 부탁한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최시웅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포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