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시대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1] 지방소멸 방치하면 수도권 유지 시스템도 무너진다

  • 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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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9   |  발행일 2022-06-30 제1면   |  수정 2022-06-30 08:14
수도권유입 인구마저 줄어들며
결국엔 서울-대한민국 연쇄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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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영남일보 DB)

가속화되는 '지방 인구 유출'과 '지방 소멸'이 종국엔 서울과 수도권, 대한민국 소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50만 명을 유지하던 대구 인구가 240만 명마저 무너졌다. 특히 청년층의 인구 순유출은 심각한 수준이다.


29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의 인구는 올해 5월 말 기준 237만6천676명이다. 2010년을 정점으로 하강곡선이다. 2009년 250만9천187명이었던 인구는 2010년 253만2천77명으로 늘어났지만, 그 이듬해부터 하락했다. 2018년(248만9천802명)엔 '250만' 선(線), 올해는 '240만' 선도 무너졌다. 영남일보는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연재를 통해 대구 각 지역과 분야별로 지방소멸·인구유출에 대응할 수 있는 '해법'과 대구시민으로서의 자존감을 높일 방법을 찾아 보는 기획시리즈를 연재한다.

청년인구 유출은 이미 대구의 우환(憂患)이 됐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대구의 순유출 인구는 3천91명이었는데, 이 중 20대가 1천85명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대구의 순유출 인구는 2만4천319명이었으며, 이 중 37.1%인 9천24명이 20대였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28일 개최한 '2022 대구경북 지역경제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한 MZ세대의 33.7%가 수도권 등 타 지역에서 첫 직장을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타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대구로 유입된 MZ세대는 7.6%였다. 지역 청년을 대구 일자리로 흡수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유출되는 비율이 높은 상황이다.


대구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청년 A씨는 "기업에서 사람을 뽑고 싶어도 사람이 잘 안 구해진다"며 "대구에 남아 기업을 하고 싶어도 서울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되는 동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다른 비(非)수도권 지역도 대구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지방 인구 유출' 및 '지방 소멸'이 장기적으로 미칠 파장이 단지 지역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방에서 살기 어렵다'는 심리적 공황으로 단기적으로 인구가 수도권으로 몰려가면 수도권의 일자리 문제, 부동산 대란은 더욱 심해진다"며 "고(高) 경쟁 사회에서 빈부 격차는 점점 심화되고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된다. 종국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마저 줄어들면서 수도권이 유지해 온 시스템도 점차 허물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일신라도 작은 수도 5개...지방권역별 '경제수도' 건설을


신산업 일으킬 전략투자로 

기업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


"열등감-서울 사대주의 팽배"

지역민 스스로 정체성 찾고

자신감 얻는 방법도 모색해야

 

비슷한 지적은 이웃 나라에서도 있었다. 일본 총무대신을 지낸 마스다 히로야는 2014년 펴낸 저서 '인구소멸'에서 현재의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절반과 896개 지자체가 소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일본 열도(列島)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책을 통해 "지방은 공동화(空洞化)하고 도쿄(東京)는 초고령화 하면서 도쿄는 지방의 인구만 빨아들이고 재생산은 못 하는 '인구의 블랙홀'로 전락할 것이며, 지방에서 유입되는 인구마저 감소하면 '도쿄 축소'와 '일본 파멸'의 연쇄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일본 전체 인구의 35% 정도가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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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출산율조차 세계 최하위인 우리나라도 지방과 수도권의 '연쇄 붕괴' 우려가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껏 수도권 지역과 중앙정부의 '지방 소멸'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지만, 이젠 더는 지방만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하 교수는 "지방에서 태어나 여기서 학교에 다니고 일자리를 갖고 자녀를 키우는 데 큰 불편이 없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지방에 살면서 결핍을 견뎌야 하고 불이익과 불공정을 감내해야 해선 안된다. 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주는 게 국가의 역할이며 지역 균형발전의 큰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언 발에 오줌 누기'식 대처를 하고 생색내는 것으로는 장기적인 해답이 안 된다"며 "통일신라는 5개의 작은 수도 '5소경'을 두고 나라를 다스렸다. 정치수도인 서울과 행정수도를 지향하는 세종 외에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부산·울산·경남권 등에 경제수도를 건설한다는 생각으로 신산업을 일으킬 수 있게 전략적인 투자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지방에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기업이 투자 활동을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지난해 10월 열린 대구경북연구원과 광주전남연구원의 차기 정부 지역발전정책 방향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신산업 특화수도와 분권형 시도통합 대안'이라는 주제로 의견을 내놓았다.


좁아져만 가는 지역의 입지에 대응해 지역민 스스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지역민의 정체성을 찾고,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대구에서도 스스로 지방 출신이라는 이유로 일종의 열등감을 느끼거나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사대주의'도 팽배하다.


대구에서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모(여·25)씨는 "대구에서 태어나 여기서 대학을 졸업하고 형편과 여건상 이곳에 정착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마음 한편에는 '패배주의'가 있다는 걸 느낀다"며 "요즘은 서울에서 태어나는 것만으로도 '스펙'이라고 하지 않나. '인(In)서울'대학 진학했던 고등학교 동기의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했다.


지역의 한 기업 대표는 "입찰 심사를 할 때 후보 중에 서울 업체가 있으면, 이 업체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심사위원들은 서울 업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더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 '대구까지 와서 해줄 수 있냐'라는 식으로 물으면서 대접해주기도 한다"며 "사실 그런 업체는 경쟁에서 밀려서 대구까지 일을 따러 내려온 것이거나, 대구를 거쳐 서울로 다시 올라가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서울 사대주의'로 대구 청년이 기회를 뺏길 때가 종종 있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지방이 죽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자신들의 자녀는 모두 서울로 보낸다"며 "지역에서 더 잘하는 사람을 발굴하고 여기서 살아도 괜찮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하는데,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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