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구의 지원 거부 막을 방법 없나…"촘촘한 복지 제도 정비 시급"

  • 이남영
  • |
  • 입력 2022-08-25 18:59  |  수정 2022-08-26 08:40  |  발행일 2022-08-26
위기가구의 지원 거부 막을 방법 없나…촘촘한 복지 제도 정비 시급
지난 21일 경기 수원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세 모녀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들리면서 지역에서도 보다 촘촘한 위기가구 대응 관리 방안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21일 경기 수원에서 건강 문제와 생활고에 시달린 세 모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세 모녀는 모종의 이유로 수원이 아닌 화성에 전입신고가 돼 있는 상태였고 이 때문에 기초생활수급·긴급생계지원 등 거주 지자체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숨을 거둔 '경기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대구경북에서도 위기가구 발굴과 관련해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위기가구 매년 2만5천 가구


대구에서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구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대구지역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은 2019년 2만4천488건, 2020년 4만1천843건, 2021년 2만9천754건이다. 2020년은 코로나19 발생에 따라 폐업 등 이유로 더 많은 위기가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하면 매년 대구에서 평균 2만5천여 가구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추정된다. 위기가구 발굴을 위한 관계 당국의 적극성과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영남일보가 대구 8개 구·군에 확인한 결과, 대구에서도 위기가구가 복지기금 신청을 거부하거나 외부와의 소통을 단절한 사례가 종종 발생했다. 이들은 가정사·채무관계 등 개인정보 노출을 우려하거나 정신·심리적인 문제로 외부인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가구 발굴 업무를 담당했던 대구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과거 주변의 신고로 알게 된 위기가구를 돕기 위해 현장을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기는 힘들다'며 관계자들의 연락을 피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은 또 어떤 복지급여 신청도 거부해 결국 '반찬 후원이 들어왔는데 이거라도 받아 달라' '반찬통 반납을 위해 동사무소로 와달라'고 알리는 등 신원 확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끝내 그분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했다.


◆복지기금 신청 거부하는 위기가구


이처럼 외부와 단절하거나 주소지가 불확실한 위기가구를 도울 방법은 현재로선 마땅치 않다. 대구 경우 위기가구가 전입 신고한 읍·면·동 주소지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복지급여를 신청할 수 있으며, 각 구·군청에서 개인정보 조회 및 심사를 거친 후 급여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위기가구가 개인정보 활용 등 정보 제공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대구판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해 있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복지급여 신청에는 금융조회, 소득조회 등 개인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 실거주지와 전입신고거주지가 달라 신원 확인이 어려우면 그분들의 개인정보를 열람할 수도 있지만, 법적인 문제 등으로 난감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주변 이웃들에게 겨우 물어 거주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모든 위기가구에게 그렇게 하기는 불가능하다. 만약 대구에서 (수원과) 같은 일이 발생했더라도 제도적인 한계로 도움을 드리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위기가구 발굴 위한 담당자 부족


일각에선 위기가구를 발굴하기 위한 담당자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개 통장(統長),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이 주변 이웃을 수소문해 위기가구를 발굴하지만, 현재 대구지역 내 명예사회복지공무원은 약 1만2천명, 협의체 위원 수는 2천652명으로 보건복지부가 파악한 2021년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2만9천754건)보다 적다.


이에 대구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구에 대한 다양한 발굴 사업과 지원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희망복지과 관계자는 "대구시는 동사무소(행정복지센터)가 발견한 위기가구를 지원할 예산 확보와 정책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수원 세 모녀 사건' 이후 전국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리는 만큼 대구시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기존 사업 중에서도 강화가 필요한 부분을 확대하려 한다"며 "위기가구 종합지원계획 마련을 위한 5대 정책과제 등을 곧 마무리해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남영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