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인상, 수출 기업 이득은 옛말...대구경북 기업들 환율고공행진에 악전고투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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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1  |  수정 2022-08-31 19:22  |  발행일 2022-09-01 제1면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가뜩이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극한의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대구경북 기업인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전문가들은 강(强)달러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한동안 기업의 악전고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천352원(종가 1천337원)을 돌파하며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29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천350원대를 넘어선 이후 2일 만에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불과 1년 전 원·달러 환율이 1천100원대를 유지하던 것을 감안하면 가공할 만한 급등이다.


불안정한 국제정세가 달러 가치 상승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도시 봉쇄정책, 원자재 수출규제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엄습하면서 경제성장세가 둔화되자 안전 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단행한 금리 인상이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 연준이 물가급등을 제어한다는 방침 아래 금리인상 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달러 강세는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1천270원~ 1천 380원으로 전망했다.


지역 기업들은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간다. 통상 환율이 오르면 수출업체 매출액이 늘어 채산성이 개선된다.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을 늘리는 '환율효과'도 볼 수 있지만 현재는 양상이 다르다. 달러 가치만 오르는 반면 원화를 포함한 다른 외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고,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까지 중첩돼 수출입 수지가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은 환율상승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단기적으론 매출이 신장될 수 있지만 수입 대금 부담이 커 수익 상쇄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여긴다. 또한 경기침체가 심화되면 신규 계약체결도 힘들 수 있다는 우려감도 크다.


이응주 대구은행 자금운용부 차장은 "이미 예측범위를 넘어선 일방적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원화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선 외환위기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환율이 이어지면 수출액이 늘어 호재로 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제는 옛말"이라며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지금은 오히려 평가 절하되고 있다. 일방적인 달러 강세는 다른 국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무역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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