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그대들이여 천륜을 거스르지 마오

  • 최병호 <전 경북도 혁신법무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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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08   |  발행일 2022-09-20 제21면   |  수정 2022-09-08 17:25
최병호
최병호 전 경북도혁신법무담당관

우리는 부모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태어났다. 즉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준 것은 부모다. 부모가 없다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효를 덕행의 근본으로 삼아 이를 중시해 왔으나 이 효사상도 핵가족 시대, 물질 만능 시대와 더불어 날로 희미해지고 있다. 이처럼 효사상을 경시하는 풍조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저마다의 삶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이러한 풍조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의 자식은 늙고 병든 부모를 부양하면서 현실적으로 큰 벽을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되고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하나의 사례를 들면, '치매를 앓는 부모를 자식들이 부양할 것이냐' 아니면 '요양 병원 시설에 입소토록 할 것이냐'를 두고 자식들 간에 의견 충돌이 생기고 가정불화로 이어진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손가락도 크기가 서로 다르고, 쌍둥이도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자식들이 사회적으로 성장한 환경이 다르고 저마다의 삶이 있는데 생각이나 사고가 같을 수 있겠는가.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늙고 병든 부모를 돌본다는 것은 자식들에게는 고통일 수 있다. 자식들이 부모를 부양할 때 겪는 정신적·육체적 고통, 경제적 부담 등은 오롯이 자식들이 감수해야 할 일이자 몫이다.

장기 요양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환자에게 요양병원 시설 입소를 권장한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식들은 자신들의 생업, 건강 등을 이유로 요양병원 시설에 입소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현실적으로 요양병원 시설은 필요하고 긍정적인 기능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지나치게 영리에 치우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이 열악하다. 또 전문 인력 및 종사자 부족, 형식적인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병원 시설장의 운영 미숙 등으로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설사 요양병원 시설이 훌륭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도 결코 요양병원 시설이 능사가 아니다.

우리가 늙고 병든 부모를 부양할 때 간과하기 쉬운 것으로 요양병원 시설에 대한 부모의 의사다. 대부분의 부모가 예고도 없고 준비도 없는 가운데 갑자기 병이 들게 됨에 따라 자식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부모의 생각이나 말을 자식들이 무겁게 받아들일지 아니면 무시해 버리고 자의적으로 판단할지는 그 자식들에게 달려 있다. 이러한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자식들은 부모가 건강할 때 요양병원 시설에 대한 평소의 생각이나 의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부모와 자식은 하늘이 맺어준 천륜이다. 우리는 끊을 수 없는 이 인연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부양 방법에 대한 정답은 없다. 자식들은 부모의 의사뿐만 아니라 건강 상태 그리고 전문가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부모의 부양 방법에 대해 정답을 찾아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세상살이에 힘들고 지쳐있는 이 세상의 모든 자식을 향하여 한마디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대들이여! 자식은 부모를 부양하려고 하나 부모는 연로하여 기다려 주지 않는다(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을 기억하오. 우리는 부모가 살아 있는 동안 효를 다해야 한다오. 그것이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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