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일학습병행'

  • 장충길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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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9-29   |  발행일 2022-09-29 제11면   |  수정 2022-09-2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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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길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전무이사)

'우물에 가 숭늉 찾는다'는 말이 있다. 마음만 다급해 먹고 싶은 숭늉을 엉뚱하게 우물에서 찾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들어 심화하고 있는 구인·구직 미스매치 문제도 이와 비슷하다. 지역의 인재는 이제 막 능력을 갖춘 '맹물'이라 볼 수 있는데, 기업에선 바로 실무가 가능한 '숭늉' 같은 인재를 우물가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조건을 갖추지 못한 구직자들은 취업이 힘든 반면 조건을 충족하는 인원은 근무 환경이 좋은 수도권 기업 혹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누가 잘못했는지 시시비비를 가리긴 힘들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선 바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여기서 '바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란 기존에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던 경력자 혹은 엘리트 교육을 통해 경험 이상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문제는 고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영세한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은 쉽사리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어렵고 업무 공백으로 인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일학습병행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이 제도는 전통 수공업에서 이뤄지던 도제를 현대화한 것으로 보면 된다. 선임근로자가 후임근로자에게 체계적인 교육·훈련을 제공해 기술 전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또한 근로자는 NC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인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라는 사실을 인증하는 절차도 마련돼 있어 교육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을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행히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일학습병행 훈련 진행에 필요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어 기업들은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사람 구하기가 힘들다고 교육까지 감당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앞서 예로 들었던 우물에서 숭늉 찾는다는 속담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마음만 급하다고 해서 원하는 걸 다 얻을 수 없다. 숭늉을 원하면 직접 물을 끓이는 노력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물론 근로자를 원하는 수준까지 성장시키는 과정은 번거롭고 힘들 수 있다. 일학습병행 제도는 각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은 기업 맞춤형 훈련 개발, 근로자 모집 등 부담이 큰 과정을 지원해 지역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데 앞장서겠다.

장충길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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