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제작된 영남일보] 韓 영화사에 발자취 남긴 영화 '여성전선' '여기자 20년'

  • 백승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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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1   |  발행일 2022-10-11 제6면   |  수정 2022-10-11 07:20
창간 77주년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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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연재소설로 제작된 영화 '여성전선'과 (위쪽부터 세 장면) 영남일보 여기자의 삶을 다룬 영화 '여기자 20년'.
영남일보는 1945년 창간 이래 77년 동안 문화예술계의 산파 역할을 해왔다. 6·25전쟁 때는 전선문학의 전성기를 이끌었고, 1960년대에는 '학생란'과 '어린이 영남' 등의 지면을 통해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의 장이 됐다. 아동문학가 마해송의 아들이면서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마종기 시인이 학생란을 통해 작품을 발표했고, 야구 만화 '독고탁' 시리즈로 유명한 고(故) 이상무 화백이 1963년 어린이 지면에 4컷 만화를 연재하며 데뷔하기도 했다. 특히 영남일보는 한국영화사에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영남일보 지면에 실린 연재소설과 영남일보 기자의 삶이 영화로 제작돼 주목을 받았다.

두 편의 영화 모두 한국 영화계의 거장 김기영·김수용 감독이 각각 연출을 맡아 의미를 더했다.

영남일보 연재 소설 스크린으로
'자유부인' 명성 정비석 집필
김기영 감독 작품으로 화제
두 여성의 대립되는 애정관
파격적으로 담아 반향 일으켜


여성전선_사진
◆정비석의 영남일보 연재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여성전선'

1957년 개봉한 영화 '여성전선(女性戰線)'은 한국을 대표하는 김기영 감독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영화를 제작하던 김 감독이 처음으로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원작이 바로 영남일보에 연재된 동명의 소설이다. 연재소설은 '자유부인'으로 명성을 떨친 정비석이 집필했다. 정비석은 6·25전쟁 당시 대구에서 피란생활을 하며 1952년 1월1일부터 7월9일까지 총 180회에 걸쳐 영남일보에 여성전선을 연재했다. 대립적인 성격의 두 여성을 통해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애정관을 작품 속에 드러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자들은 신문이 나올 때마다 여성전선을 정독하며 다음 편을 손꼽아 기다렸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되면서 연재 도중 영화화하기로 결정되었고, 전쟁이 끝난 1957년 김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됐다. 조미령, 박암, 김정림, 이민 등 영화계 톱스타들이 출연했고, 이해랑, 김동환, 황정순 등 당대 연극계의 중진들이 배역을 맡아 열연했다.

영화는 양장점을 운영하는 옥란(조미령)과 다방 마담으로 일하는 보영(김정림)의 대립되는 애정관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또 직업전선에 뛰어든 현대여성의 사랑과 윤리를 묘사해 큰 화제를 모았다.

김 감독은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 '춘향전'(1956)의 조미령과 '자유부인'(1956)의 김정림을 캐스팅해 연애와 결혼을 대하는 여성의 현대적인 면모를 로맨틱 코미디로 풀어냈다.

한편 정비석이 자신의 대표작인 '자유부인'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도 영남일보의 '여성전선'이 실질적인 계기가 됐다. 자유부인은 전쟁 직후인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됐다. 성 윤리에 대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문제작이기도 하다. 당시 서울신문 측은 영남일보에 연재한 정비석의 '여성전선'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에 착안해 작가의 서울 귀환 기념 작품으로 자유부인을 청탁했고, 이후 신문 연재소설 초유의 인기를 모았다.

사회부정에 맞선 女기자 삶 다뤄
'칼날 같은 펜 휘두른' 여기자
전경화씨 일대기 영화로 제작
거장 김수용 감독이 '메가폰'
베테랑 배우 출연 완성도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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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여기자의 일대기 그린 '여기자 20년'

1977년 개봉한 '여기자 20년(女記者 20年)'은 사회 부정에 맞서는 영남일보 기자가 주인공이다. 영남일보 논설위원과 한국 여기자협회 부회장을 지낸 전경화씨의 자서전 '여기자 20년'(1974년 출간)을 영화화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로 명성을 떨치며 한국 문예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김수용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관심을 모았다.

주인공인 영남일보 여기자역에는 당시 일본에 거주하던 은퇴 배우 최지희가 맡을 예정이었지만 이미지가 맞지 않아 탤런트 황정아에게로 돌아갔다. 일부 기록에는 프랑스에 거주 중인 배우 윤정희가 주인공을 맡으려고 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배우 이순재가 영남일보 동료 기자이자 주인공의 남편 역을 맡았다. 처음에는 최불암이 출연하려고 했지만 이순재로 바뀌었다.

이 밖에 이대엽, 최남현, 김신재, 이경희 등 베테랑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는 영남일보에 입사해 '칼날 같은 펜'을 휘두른 여기자 전경화의 일대기를 다루었다. 18세에 교편을 잡은 주인공 전경화는 20세가 되는 해에 영남일보 기자로 입사한다. 하지만 미국의 구호물자를 빼돌리는 한 고아원의 부정을 폭로하는 특종기사를 썼지만 신문에 실리지 않아 분노한다. 이후 전경화는 여성상담소를 설치해 어려운 여성을 도우며 바쁜 나날을 보낸다. 4·19와 5·16을 거쳐 대통령으로 박정희가 당선되는 날, 전경화는 박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성사시키며 영남일보의 사명을 드높인다. 하지만 '여기자 20년'이라는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준 육영수 여사가 참변을 당하자 깊은 슬픔에 빠진다. 책이 완성되는 날 육 여사 묘소 앞에서 눈물을 삼킨다.

영화는 전형적인 70년대 국책영화로 제작돼 한계가 있었지만 사회 부조리에 맞서는 여기자의 일대기를 다룬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화는 70년대 대구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사료적 가치도 높다. 당시 동대구역 광장과 플랫폼을 비롯해 역 광장에서 영남일보를 파는 소년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대구의 옛 생활과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또 영남일보 서문로 옛 사옥을 비롯해 동산병원의 옛 모습과 수성못 일원, 신천 철교, 대구은행 지점, 대구경찰서의 옛 모습이 영화 속에서 생생하게 담겨있다.

백승운기자 swbac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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