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 시티·따뜻한 공동체' .18] 스마트도시에서 이동:모빌리티의 서비스화

  • 김희대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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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14  |  수정 2022-10-14 06:56  |  발행일 2022-10-14 제21면
나에게 딱 맞는 교통수단·경로 추천…'똑똑한 이동의 시대'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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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소현기자 kar03060@yeongnam.com

의식주와 안전한 생명 공간을 찾아 이동하는 행위는 인간의 기본 본능이다. 농경과 토기문화의 발달로 정착생활이 가능해지면서 인간의 활동 반경은 획기적으로 줄었고, 전쟁과 자연 개간, 도시화로 인간의 활동 밀도는 더욱 압축되었다.

하지만 먼 곳을 다니며 새로운 경험치를 높이려는 욕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20세기 자동차의 발명은 이러한 인간의 이동 욕망을 충족하는 '신이 내린 선물'이 되었다. 자동차는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192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도시는 제조 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 금융, 문화 등 다양한 기능을 종합적으로 수행하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는 환경으로 변화됐다. 현대 도시 경계를 넓히는 이동수단으로 자동차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도시 내 이동수단은 개인용 승용차 외에 도시철도, 버스, 트램, 지하철, 퍼스널모빌리티, 공유차량 등 다양하게 분화되어 인간의 이동 역량을 높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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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이러한 이동수단의 분화는 외려 도시 내 교통수단의 선택에 복잡성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현대 도시민은 복잡한 교통수단 가운데 비용 대비 효과적인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도시 행정에서 이동수단 관리에 통합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이동수단 선택의 복잡성과 관리의 효율성으로 스마트시티를 추구하는 앞서가는 도시들은 마스(MaaS, Mobility as a Service)라는 교통 서비스 시스템을 제시한다.

마스(MaaS)는 승용차, 지하철, 버스 같은 보편적 교통수단뿐 아니라 공유 교통, 자율주행차, 퍼스널모빌리티 등의 교통수단을 통합해 시민 관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시민이 원하는 목적지에 최적의 경로와 비용으로 이동욕망을 만족시키는 것과 동시에 이동 수단을 사용자에 최적화하여 선택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지금까지 차량을 이동수단으로 보는 '도구적 관점'에서 벗어나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인간의 이동욕망을 최적으로 만족시킨다는 '서비스 관점'에서 교통시스템 재편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사용자(시민)가 원하는 목적지에 가려면 사용자 스스로 필요한 교통수단을 조합하고 선택해 이용하는 방식이었다면, MaaS는 도시철도, 버스 등 대중교통을 중심으로 퍼스널모빌리티(공유킥보드·공유자전거), 공유차, 수요대응형 교통서비스(DRT·Demand Responsive Transit)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통합하여 최적의 경로와 수단을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사용료를 일괄처리하는 스마트한 서비스이다.

MaaS 개념을 가장 현실화한 도시는 북유럽의 대표도시 헬싱키이다. 헬싱키는 2016년부터 시내의 트램, 버스, 지하철, 공항철도, 공항버스 등 대중교통을 총망라한 MaaS 프로젝트인 '휨(Whim)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헬싱키 MaaS 프로젝트에는 핀란드정부와 헬싱키 지역교통국(HSL, Helsinki Regional Transport Authority), 핀란드의 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에릭슨과 지멘스, 우버 같은 서비스 기업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모빌리티 하나로 통합한 'MaaS'…다양하게 이용 후 결제는 한번만
북유럽 헬싱키 '휨 서비스' 대표적…금액따라 교통수단 무제한 이용
국내선 대구서 가장 먼저 추진…최적경로 검색·예약 등 구체적 실증
목표지점까지 복잡한 선택 없이 '스마트한 이동' 가능한 혁신 서비스


시민들은 헬싱키 대중교통앱(HSL)을 통해 60유로에서 무제한 서비스인 140유로까지 차별화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는 대중교통은 물론 30분 이내 시내 자전거 무제한 이용, 30일 이내 4차례 택시를 최대 5㎞까지 10유로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주말에 교외활동을 위해 공유차량을 1일 49유로에 이용할 수 있는 귄리를 제공한다. 실제 헬싱키는 시민에게 자동차가 없어도 동일한 이동 환경이 가능한 MaaS 시스템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서비스 사용 후 자가용 이용률이 40%에서 20%로 감소하였다. 또한 도심 내 차량 흐름이 개선되면서 도심 배기가스 총량도 줄어 2035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도시목표도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자가 차량 소유에 드는 비용은 월 616유로이지만, 헬싱키는 휨서비스 이용으로 개인의 이동 경비를 300유로 이내로 줄이기 위해 '시민에게 한 시간 더 돌려주기!'라는 그들의 스마트시티 비전만큼 명확한 MaaS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국내에서 MaaS의 최초 실증은 대구에서 추진됐다. 대구시는 국토부와 함께 201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의 스마트모빌리티 기술개발 과제를 통해 MaaS를 개발하고 있다. 주관기관인 교통연구원과 대구시는 작년에 신서혁신도시 일원에서 출퇴근하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MaaS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실증했다. 최적경로 이동수단 검색, 연계·환승 교통수단 예약과 이용, 통합 일괄 결제가 가능한 플랫폼을 실증하였으며 향후 도시 전체의 확산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는 단계이다.

스마트 시티에서 마스(MaaS)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선결해야 할 것이 있다. 우선 행정과 MaaS 서비스 사업자들이 협업해 통합서비스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의 공유와 호환의 표준을 설정하고, MaaS 사업자가 안심하고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도시에 MaaS를 전개하는 단계에서는 자전거, 대중교통버스, 퍼스널모빌리티 등 도시마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를 최종 책임지는 핵심 이동수단이 무엇인지 도시별 특성을 정밀하게 파악하고 해당 도시에 적합한 특징적인 교통수단을 시스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스마트 시티에 MaaS가 잘 안착하려면 행정과 시민 모두 자동차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달라진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현재는 자동차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판매하는 구조지만, MaaS가 진행되면 최종 소비자(시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제공업체 중심의 구조로 시장구조가 바뀐다.

최종적으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은 자신의 서비스에 맞는 차량 개발을 제조사에 요구할 것이다. 즉 자동차를 선택하는 권한이 소비자에서 MaaS 플랫폼 운영자로 이동한다. 이미 중국의 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은 전용 차량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동수단이 공급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바뀐다는 것은 원시 인간에서부터 존재해왔던 인간의 이동 욕망을 단순히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위치를 변경하는 역량으로만 충족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구성원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양한 이동수단과 관계 속에서 주체로 행동할 권리의 문제에 맞닿아 있다.

이는 모든 스마트 기술에 대하여 '기술이 어떻게 도시를 더욱 똑똑하게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이 아닌, '도시와 시민 전체가 어떻게 기술을 활용해 더욱 똑똑해질 것인가'라는 질문이 필요한 이유다. 어쩌면 오늘날 스마트시티를 살아가는 스마트 시민이 주체적으로 끊임없이 물으며 살아야 할 질문이기도 하다.
<대구TP 디지털융합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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