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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의과대학 100주년 준비위원회 권태환(경북대 의과대학장·왼쪽), 박재율(경북대 의대동창회장) 공동위원장이 경북대 의대 100주년(2023년)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이들 뒤로 보이는 건물은 1933년 완공된 대구의학전문학교 본관 건물로, 지금도 의대 학장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
대구자혜의원 사립 의학강습소는 1923년 7월23일 경북도지사의 설립 인가 이후 같은 해 9월1일 개소했다. 1924년 4월 사립이던 강습소는 도립 대구의학강습소로, 1933년 3월 대구의학전문학교로 승격했다. 대구의학전문학교가 설립된 이후 일본 신문에는 '남조선 최고 학부가 건설됐다. 그것은 지역민의 최고의 자랑'이라는 내용의 특집 기사가 실렸다. 그렇게 시작된 경북대 의과대학은 내년(2023년)이면 100년, 한 세기의 역사를 가지게 된다. 경북대 의과대학 100주년 준비위원회 권태환(경북대 의과대학장)·박재율(경북대 의대동창회장) 공동위원장은 100주년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17일 "대구의학전문학교 설치를 위해 당시 대구지역민은 대구상업회의소에 모여 현금 10만원을 기부할 것 등을 결의했다"며 "경북대 의과대학 시작은 물론 대한민국 대표 명문 의과대학으로 자리매김한 100년 동안의 역사 곳곳에 대구경북 지역민이 있었다. 한 세기 동안 이어진 경북대 의과대학의 역사는 늘 지역민과 함께였다"고 했다. 이들은 또 "경북대 의대 역사는 비록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에 의해 세워지긴 했지만, 1923년 대구의학강습소부터 출발해 내년 2월까지 한 세기 동안 지역민의 열성적인 지원 속에 9천명이 넘는 의료인을 양성했고, 지역민의 건강을 돌보며 성장했다"며 "100년의 역사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역민과 함께 동고동락한 한 세기였다"고 강조했다. 권 학장과 박 동창회장을 만나 경북대 의과대학 100년의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위치 한계 극복하고 의료인문학 등 새 교육시스템 선도
정부사업·개인 연구과제 유치…대구경북 지역민과 동고동락
의학교육 심포지엄·학교 투어…본관 일부 100주년 기념 전시실
▶100년의 역사 동안 지역민과 함께한 사례를 소개해 준다면.
"코로나19보다 앞서 1946년 전국적으로 콜레라(Cholera)가 크게 유행하던 시기에 대구에서도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의대 부속병원에서도 내과를 주축으로 임상 각 과와 의대 세균학 교실, 의대생들이 참여해 환자의 치료에 온 힘을 다했다. 그 당시 방역본부가 설치되어 있었던 경북도 청사에 의대생들을 파견, 진료에 대거 참여했다. 그리고 2020년 봄 코로나19라는 정체불명의 전염병 위험에도 경북대 의대 출신들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온몸으로 막아냈다. 경북대 의대 출신 내과의사 한 명은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잃기도 했다. 무섭고 힘든 진료의 현장에서 자신의 안위보다 환자를 더 소중하게 여기는 그 힘의 원천은 경북대 의대에서 오랫동안 환자 진료와 의학 연구 그리고 지역사회 공헌을 강조해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위기 때가 아니어도 의료인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다. 1954년 7월에는 의과대학 기독학생회 소속 의대생들이 선산군 무의촌 지역에서 1주일간 각 지역을 순회하면서 주민의 각종 질병을 치료했고, 이후 매년 경북지역 무의촌을 순회하면서 폐결핵 검사 및 기생충 치료 등에 노력했다."
▶경북대 의대와 관련한 소식 중 가장 기분 좋은 소식은.
"의대 졸업생들이 다른 학교 교수, 외국에 가서 유명한 의사가 됐다고 하면 가장 좋다. 오랜 역사를 가진 경북대 의대 졸업생들은 대구의 다른 의대뿐만 아니라 타 지역의 의대 신설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또 우리 졸업생들이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 해외에서 상을 받았거나 좋은 논문이 유력한 학술지에 게재됐을 때도 그렇다."
▶비(非)수도권이란 한계가 있다. 이를 이겨내고 이뤄낸 성과가 있다면.
"경북대 의대는 비수도권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국립 의대다. 이런 탓에 여러 가지 사회적인 한계가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블록 강의, 임상 술기, 의료인문학, 미래의학 등 새로운 의학교육시스템을 선제적으로 수용했다. 또 정부와 산업체 등에서 BK21 사업단, MRC 연구 사업단 등 여러 연구 사업단과 개인 연구과제를 유치해 매년 220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수주했고, 한 해에 2천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또 경북대병원은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유치하였으며, 칠곡경북대병원은 '대경권 감염전문병원'으로 선정됐다."
▶100주년에 맞추어 어떠한 사업을 계획하는지.
"경북대 의대, 경북대 의대 동창회와 경북대병원은 서로 의견을 모아 100주년 준비위원회를 구성, 내년 8월27일부터 9월3일까지를 경북대 의대 100주년 기념 행사 주간으로 정해, 한국 근현대 의학교육 100년 대구경북 의학교육 심포지엄, 한국전쟁 전몰 학우 명예 졸업장 수여식, 지역민과 학생들을 위한 학교 오픈 투어, 국내외 의과대학과 병원 관계자 초청 및 학술과 역사 심포지엄, 미래 비전 선포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1933년에 완공된 의대 본관 일부를 100주년 기념 전시실로 만들어 그 당시 학생들이 필기하였던 노트와 수업자료, 교과서, 졸업 앨범과 사진, 교복, 배지 그리고 오랜 기간 학교 정문을 지켜 주었던 대구의대 교문석, 경북대 의대 교문석 등을 전시할 계획이다."
▶한국전쟁 전몰 학우 명예 졸업장 수여식은 뭔가.
"경북대 의대 교정에는 6·25참전 전몰 학우 추모비가 있다. '조국은 빛나고 너희들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도다'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10명의 학우영령을 모신 53춘추회(1949년 입학·1953년 춘추졸업동기회)의 눈물 짙은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현재 이 선배들이 명예졸업장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본부와 협의하고 있다."
▶100주년 준비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공동위원장과 함께 김정민 의대 부학장과 김성중 의대동창회 부회장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김용림 경북대병원장이 지원단장을 맡고 있다. 또 안과학교실 박동호 교수가 100주년 기념행사의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행사를 집행하는 행사준비위원장, 소피마르소 여성의원 이민석 원장이 100주년 행사 및 그 이후 학교 지원을 지속하기 위해 모금활동을 하는 재정위원장, 올포스킨피부과의원 민복기 원장이 홍보위원장, 병리학교실 김용진 교수가 100년사 집필과 학교와 동창회 그리고 병원 역사 자료를 정리하고 집필하는 간행위원장을 각각 맡고 있다."
1시간30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공동위원장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말은 "대구경북 지역민 덕분"이었다. 인터뷰 마지막으로 던진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의 경북대 의대와 병원은 시민에게 어떤 모습으로 남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권 학장은 "경북대 의대는 국립대학이며, 경북대병원은 공사화되었지만 사실상 두 기관은 같은 공동체로서 공공의 이익을 최고의 목적으로 한다. 즉 지역민의 건강증진이 우리 대학과 병원의 가장 큰 사명이며 비전"이라며 "또다시 100년이란 시간이 와도 그 사명은 없어지지 않는다. 교육과 연구기관인 대학은 세계화, 다양화를 통해 최고의 의학교육을 제공하고, 첨단 연구를 통해 진단과 치료를 발전시키면서, 국민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대한민국 최고 명문 의대로 계속 유지 발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동창회장은 "시민의 성금으로 세운 의대이고, 병원이다. 나라의 돈, 돈 많은 누군가가 아니라 시민의 돈과 마음으로 세웠다. 앞으로 다가올 100년도 시민이 자랑스러워하고 주인이라고 느끼는 병원, 학교가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시민과 학교와 병원 간의 두터운 신뢰관계가 지속되길 바란다. 우리가 배운 의사의 윤리라는 것, 즉 희생, 봉사 그리고 장인 정신이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너무나 쉽게 흐려지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경북대병원이라면 그리고 경북대 의대 출신이 있는 병원이라면 지역민이 변함없이 계속 믿고 찾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한편 경북대 의과대학 100주년 준비위원회는 100주년 기념전시실에 전시할 자료를 찾고 있다. 수업자료, 노트, 학생증, 졸업앨범 등 경북대 의대 100주년을 기념할 만한 자료가 있으면 경북대 의대 본관 2층 학장실로 보내주면 된다.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보내는 것이 힘들 경우 연락을 주면 준비위 관계자가 직접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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