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2) 청정 산자락에 수놓은 자생 초목…30여개 주제 정원도 색다른 재미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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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1 08:24  |  수정 2022-10-21 09:20  |  발행일 2022-10-21 제34면

돌틈정원
백두대간수목원의 '돌틈정원'.

봉화 문수산 자락에 펼쳐져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은 누구나 좋아할 자연 정원이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 초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특히 좋아할 곳이다. 30여 개의 다채로운 주제 정원이 하천을 따라 펼쳐지고, 산속에는 각기 다른 분위기의 숲길이 조성돼 있다. 계절별로 수놓는 수많은 우리나라 자생 초목의 꽃과 열매를 보고 즐기면서, 해발 500~600m의 청정한 산속 자연 내음을 만끽할 수 있는 '천국'이다.

지금은 가을의 자연이 펼쳐져 있다. 방문자센터를 통해 하천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 수목원에 들어서니, 먼저 '덩굴정원'의 덩굴식물 터널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머루, 오미자, 다래, 조롱박 등의 잎이 단풍으로 물들고 있었다. 드물게 보이는 그 열매를 따 먹으며 달콤새콤한 맛도 즐길 수 있었다.

30개 정원서 다양한 풍광
수련·돌틈·암석원 등 다채롭게 조성
들국화·금강송 자태 뽐내는 잔디언덕
그네에 앉아 수목의 천국서 오감 세탁

'비비추원'과 '원추리원'을 거쳐 '수련정원'의 연못을 보니 예쁜 수련 꽃들이 물 위에 떠 있고, 수련 주위로 맑은 하늘이 비치고 있었다. '장미정원' '약용식물원'을 지나니 '돌틈정원'이 나왔다. 말 그대로 크고 작은 돌들로 조성한 정원의 돌 틈 사이에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며 꽃을 피우는 정원이다. 모든 초목 앞에는 명패를 세워놓아 그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재미도 쏠쏠했다.

'거울연못'은 하천 옆에 조성한 작은 못인데, 주변 경치를 마치 거울처럼 비춰주며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나무데크 길을 걸으며 철 따라 변하는 다양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거울연못 옆에는 '매화원'이 펼쳐진다. 지금은 초라해 보이는 매화나무들이지만, 봄이 되면 매화 향기 가득한 별천지를 만들어낼 것이다.

이곳에서 하천을 건너면 수목원의 정원 중 전체 풍경이 가장 멋진, 2022 가을 봉자페스티벌이 펼쳐진 '잔디언덕'과 '돌담정원'이다. 돌담정원은 다랑논처럼 돌담을 층층이 쌓아 조성한 정원이다. 잔디언덕에는 다양한 들국화와 가을꽃들이 금강송들이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잔디밭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이곳에는 그네의자와 카우치 등이 곳곳에 마련돼 있었다. 그네에 앉아 맞은편의 문수산 정상 쪽 풍경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오감을 '세탁'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문객의 최적 휴식처라고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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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수목원의 '잣나무숲길'


건너편 산자락에 펼쳐진 '야생화언덕' '암석원' '자작나무원'도 눈에 들어오는데, 야생화언덕은 여름이면 여름꽃이 수놓는 여름 봉자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이다.

잔디언덕에서 한참 머물다가 야생화언덕 쪽으로 올라갔다. 야생화언덕 위의 암석원은 아주 독특한 정원이다. 크고 작은 다양한 바위를 모아 조성한 정원으로, 넓이는 1만6천424㎡.

암석원은 생태적으로 고산지대의 나무가 살 수 있는 한계선인 수목한계선 주변에 자라는 식물들을 암석 위나 그 주변에 자연스럽게 심어서 보여주며 보존하는 곳이다. 고산식물을 암석과 함께 자연스럽게 배치해 놓고 있는데, 지하 1.5m까지 자갈을 깔아 풍혈(風穴)을 만들어 여름철 기온을 낮출 수 있는 구조로 조성했다. 대표 수종은 월귤(越橘), 시로미, 털진달래 등.

월귤은 블루베리의 사촌뻘 되는 과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 이북의 높은 산이나 백두산의 바위틈에 자란다. 시로미는 높은 산 정상에서 자라는 상록 관목이다. 오밀조밀 모여 자라는 시로미는 잎은 밀생하고 흰색 잔털이 있으며, 자주색 꽃이 핀다. 한라산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 구상나무도 있다. 암석원 가운데로 작은 개울을 만들어 놓아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암석원 위는 '자작나무원'이다. 한·온대지역 산림을 대표하는 자작나무, 사스래나무, 만주자작나무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자작나무 속 식물을 심어 키우고 있다. 노각나무, 물박달나무, 흰말채나무, 개벚지나무 등도 있다. 최근에 심은 묘목들도 많이 보였다.

호랑이숲과 다양한 숲길
멸종위기 백두산호랑이 종 보존 서식
통나무 정자서 쉬고 있는 호랑이 만남
밤·호두·잣·산딸나무열매 맛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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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숲'의 정자 놀이시설에 올라 쉬고 있는 호랑이.


자작나무원 옆으로 가면 호랑이를 볼 수 있는 '호랑이숲'이다. 호랑이숲 전체 넓이는 3.8㏊. 우리 땅에서 사라진 지 100년 된 멸종위기 종 백두산호랑이의 종 보존과 그 야생성을 지키기 위해 자연 서식지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 종 보존과 체계적 관리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다.

이 호랑이숲 한 귀퉁이에 만든 철망 우리 속을 거닐며 쉬는 호랑이 두 마리를 볼 수 있었다. 한 마리는 쉼터 위에 올라앉아 있고, 한 마리는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관람객들에게 즐거움 선사했다. 통나무로 만든 정자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통나무 놀이기구를 오르내리며 놀기도 한다. 정해진 시간에 가면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어린 시절 옛날이야기로만 듣던, TV로만 본 호랑이를 바로 눈앞에서 보는 특별한 기분을 맛보기도 했다. 옛사람들에게 호랑이는 두려움의 대상이면서 한편으로는 경외 의 동물이었지 않은가.

백두대간수목원은 2018년 5월부터 백두산호랑이 방사장을 운영 중이다. 현재 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 6마리가 살고 있다. 이들의 주식은 닭고기와 소고기라고 한다.

이 수목원이 특히 좋은 점은 호젓한 숲길이 많다는 것이다. '잣나무숲길' '명상숲길' '산수국숲길' '고산습원숲길' '돌틈생태숲길' '연수동숲길' '만병초원숲길' 등이 있다. 계절마다 다르게 펼쳐지는 숲속 자연의 모습과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지금은 가을이라 이런 숲길을 걸으며 밤나무, 잣나무, 호두나무, 산딸나무, 산초나무 등의 열매를 따서 맛보는 재미도 누릴 수 있었다. 곳곳에 의자, 평상 등이 마련돼 있어 쉬어가면서 걸을 수 있다. 명상숲에는 잣나무를 이용한 해먹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등 명상할 수 있는 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2018 개원 아시아 최대 수목원
기후변화 취약한 산림생물자원 보존
대재앙 대비 세계 두곳뿐인 '시드볼트'
야생식물 종자 200만점 이상 저장 가능


덩굴정원
백두대간수목원의 '덩굴정원' 풍경.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산하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백두대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설로, 생태계와 산림생물자원 보전·관리를 위해 2009년부터 2015년까지 2천200억원을 투입해 조성했다. 개원은 2018년 5월.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일대에 자리한 백두대간수목원은 기후변화에 취약한 산림생물자원의 체계적 보전 및 활용기반 구축 등에 특화된 수목원으로, 국내·외 야생식물 종자의 영구 보존사업을 수행하고 산림생물자원의 수집·증식·보전·전시 및 자원화 사업을 진행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지역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전체 규모 5천179㏊인 이 수목원은 아시아에서는 최대, 전 세계에서도 남아공 국립한탐식물원(6천229㏊)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이 수목원의 특별한 중요 시설로 '시드 볼트(Seed Vault)'가 있다.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시드 볼트는 지구에 대재앙이 닥쳐 식물이 사라질 때를 대비해 종자를 영구 저장할 목적으로 지어진 종자 영구저장 시설이다. 전 세계에 단 두 곳, 노르웨이 스발바르와 대한민국 봉화의 이 수목원에 있다.

전 지구적 생물 다양성 보전을 목표로 야생식물 종자를 수집·보존하고 있는 이 시드 볼트는 지하 46m 깊이에 두께 60㎝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로 만들었는데, 진도 6.9를 견딜 수 있는 내진 설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자연재해, 전쟁, 핵폭발 등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2천100㎡의 규모의 지하 터널형으로 건립됐다.

200만점 이상 저장이 가능하며, 전 세계 종자 저장 선도기관으로 2030년까지 세계 식물 종자 1만여 종을 확보할 계획이다.

종자를 장기저장하는 시드 뱅크(Seed Bank)는 많이 있지만, 영구저장이 가능한 시드 볼트는 세계적으로 스발바르 제도의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와 이 수목원의 시드 볼트 두 곳뿐이다. 또한 스발바르 국제종자저장고가 주로 식량 작물을 위주로 보관하는 데 비해, 이곳은 식량 작물 종자와 더불어 야생식물 종자도 보관하고 있다.

이 수목원의 '알파인 하우스'도 다른 수목원에서는 볼 수 없는 시설이다. 세계 고산식물 자원을 수집 전시하기 위해 조성한 대형 냉실이다. 3개동의 냉실은 고산지대의 특수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배수가 잘되는 토양 조건과 저온 항온습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다양한 희귀 고산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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