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봉화 백두대간수목원(1) 백두산 호랑이가 사는 가을 자연에서 힐링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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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0-21 08:16  |  수정 2022-10-21 08:25  |  발행일 2022-10-21 제33면
봉화 자생식물 우리꽃 축제 '봉자페스티벌' 찾아 여유
잔디언덕 곳곳 구절초·산국·쑥부쟁이 풀내음 꽃내음
문수산 자락 드높은 가을하늘과 어우러지는 풍경 만끽

잔디언덕
2022 가을 봉화 자생꽃 페스티벌(봉자페스티벌)이 열린 백두대간수목원의 '잔디언덕'.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天高馬肥)' 가을이다. 뭘 해도 좋은 계절이다. 독서하기도 좋고, 캠핑하기도 좋고, 차 마시기도 한층 좋은 때다. 이런 가을의 산하를 수놓는 대표적인 꽃은 들국화와 코스모스다. 청명한 날씨의 산과 들판이 사람을 유혹하고, 그곳에 가면 자연스러운 코스모스 꽃과 들국화가 가을 분위기에 어울리는 모습과 빛깔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들국화는 특정 꽃의 이름이 아니다. 구절초, 산국(山菊), 감국(甘菊), 쑥부쟁이 등이 들국화에 속한다. 대표적인 들국화인 구절초가 요즘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구절초(九節草, 九折草)라는 이름은 음력 9월9일 중양절(重陽節)경에 약효가 가장 좋아, 이때 꺾어서 약으로 쓴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구절초와 관련해서는 이런 전설도 있다. 옛날 한 여인이 결혼하고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온갖 방법을 써도 아이가 생기지 않아 큰 걱정이었는데, 한 스님이 어느 절에 가서 치성을 드리라고 알려 주었다. 여인은 그 절에서 약수로 밥을 해 먹고 구절초 달인 차를 마시면서 결국 아이를 얻었다. 그래서 구절초를 선모초(仙母草)라고도 부른다.

정읍에서는 이 구절초를 주제로 한 '정읍 구절초 꽃 축제'(올해 15회)를 해마다 열고 있다. 구절초와 함께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이 쑥부쟁이다. 동생들의 끼니를 때우기 위해 쑥을 캐러 간 불쟁이(대장장이)의 딸이 죽고 난 뒤 그 자리에서 꽃이 피었다고 해서 '쑥부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다. 쑥부쟁이 꽃은 보통 연한 보라색이다.

구절초와 쑥부쟁이의 꽃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시인 안도현도 그랬던 모양이다. 그래서 '무식한 놈'이라는 시를 통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지난 2일과 3일 구절초, 쑥부쟁이 등 다양한 가을꽃이 한창인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을 다녀왔다. 호랑이도 볼 겸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마침 '2022 가을 봉화 자생꽃 페스티벌(봉자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기간은 9월29일~10월10일.

봉자페스티벌은 백두대간을 포함한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연구·보존하기 위해 조성된 백두대간수목원이 마련한 봉화 자생식물 우리 꽃 축제다. 봉자페스티벌이 열리는 '잔디언덕'에 가을 대표 자생식물인 구절초, 산국, 쑥부쟁이, 해국, 층꽃나무, 마편초 등이 멋진 금강송이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는 잔디언덕 곳곳을 수놓고 있었다. 봉화지역 31개 농가에 위탁해 재배한 17종 42만그루의 자생식물이라고 한다.

그네의자, 카우치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는 이곳에서 그네의자에 앉아 풀 내음, 꽃 내음, 바람, 물소리 등을 온몸으로 느끼기도 했다. 문수산(해발 1천205m) 자락의 가을빛과 하늘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여유를 만끽하며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잠시 보낼 수 있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여름과 가을에 봉자페스티벌을 여는데, 7월28일부터 8월7일까지는 핑크빛으로 물든 '2022 여름 봉화 자생꽃 페스티벌'을 열었다. 이번 가을에는 주요 자생식물의 색감인 '우리꽃 보라보라해'라는 주제에 맞춰 구절초, 갯쑥부쟁이, 산국 등을 수목원 곳곳에 전시해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백두대간수목원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 문수산 자락에 조성되었는데, 이곳은 해발 500m 이상 되는 청정한 산자락을 차지하고 있다. 하룻밤을 근처 수목원 직원 숙소에서 묵었는데, 마침 밤하늘이 맑은 편이어서 오랜만에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수놓는 밤하늘을 쳐다보며 카시오페이아자리, 북두칠성, 북극성 등을 찾아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었다.

글·사진=김봉규 전문기자 bgkim@yeongnam.com


☞[김봉규의 수류화개(水流花開)] 봉화 백두대간수목원(2)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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