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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타박할는지 모르겠다. 2010년 대구를 찾은 이명박(MB) 당시 대통령은 "대구는 내륙이 아니라 항구"라고 설파한 바 있다. 다분히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실제 2009년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발간한 '수변공간 도시 디자인 전략' 용역보고서에는 대구·구미가 '항구 산업' 대상 도시로 선정돼 있었다. 대운하 사업이 국민적 저항을 받긴 했지만 '분지적 사고를 하면 안 된다'는 MB의 메시지는 대구에 큰 시사점을 던져 줬다. 참, 거짓을 떠나 명제 '대구는 항구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라 할 만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영남일보는 최근 연중기획 '바다를 향하여'를 통해 대구가 항구도시로 나아가야 하는 당위성을 다시 끄집어냈다. MB 때와 달라진 게 있다면 강이 아닌 바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허황한 소리라며 따져 물을 것이다. 대구 어디에 바다가 있냐고. 2004년 대구포항고속도로 개통으로 한 시간 거리에 바다를 두게 된 사실을 간과한 데서 나온 딴지다. 외국 관점에서 이 정도면 대구는 분명 항구도시다. 포항에는 이후 고속철이 지나다니고 영일만항이 개항했으며 인입철도까지 건설됐다. 대구가 영일만항의 배후도시, 나아가 항구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하겠다.
싱가포르·홍콩·상하이·두바이·로테르담 등은 세계 초일류 물류도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항공·항만·철도가 결합한 '트라이포트(Tri-Port) 복합물류시스템'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현재 통합신공항 건설에 미래 50년이 달렸다고 보고 특별법 통과에 올인하고 있다. 궁극의 목적인 하늘길 확장을 통한 '물류 중심의 중남부권 중추공항' 조성을 위해서다. 의도한 대로 신공항이 건설됐을 때 가장 큰 지리적 이점을 얻게 되는 곳은 구미이고, 그다음은 대구다. 인천공항까지 가지 않아도 반도체·화장품 등 경량의 항공물류를 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 봐야 할 문제가 있다. 원포트(One-Port)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지역 경제계에 따르면 구미 수출기업 상당수가 부산항을 이용하고 있다. 화물 성격상 항공운송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이는 대구도 마찬가지다. 신공항이 건설돼도 상당수 수출기업의 부산항 이용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구·구미의 관문항구가 영일만항이 아니라 부산항이 되는 게 현실이다. 인천공항의 항공물류 독식도 대구신공항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국내 2위 김해공항조차도 항공 물동량 비중이 1.2%(2017년 기준)에 불과한 것. 대구와 구미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항·항만이 연결되는 복합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선결과제다.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됐던 영남권신공항이 무산되면서 지방은 사실상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섰다. 부산은 가덕신공항으로, 대구는 통합신공항으로 여객과 물류 쟁탈전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항만·항공 물류가 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부산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형국이다. 세계 6위의 컨테이너항인 부산항의 올 물동량 목표는 2천35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이지만 영일만항의 물동량은 10만TEU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경쟁에서 부산조차 넘지 못하면서 어떻게 세계 각 도시와 경쟁하겠다 하는가. 포항 단독으로 영일만항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대구와 구미가 영일만항을 수출입 물류항구로 받아들이고 영일만항을 관문항구로 키워야 한다.변종현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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