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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안네 프랑크의 1943년 11월27일자 일기. 꿈에 친구 한나를 만났다. "다 해진 옷을 입고 야위고 지친 얼굴로 그 애가 내 앞에 있는 것을 보았다. 매우 큰 눈으로 너무 슬프게 나무라듯이 나를 보기에 난 그녀의 눈에서 읽을 수 있었다. '아, 안네, 왜 너는 나를 버렸니? 도와줘, 아, 도와줘, 이 지옥에서 나를 구하란 말이야!'" 이처럼 한나는 안네의 일기에 더러 등장한다. 안네와 한나의 우정은 1933년 암스테르담의 한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1945년 초 한나는 베르겐-벨젠 수용소에 끌려갔고, 수소문 끝에 안네가 같은 수용소에 있는 것을 알았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안네를 만났다. 안네는 어머니가 이미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것을 알고 있었다.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했다. 한나는 같은 막사의 여자들이 모아준 빵조각을 양말에 넣어 철조망 너머로 던졌지만 안네는 그것마저 도둑맞았다. 안네는 계속 울었다. 며칠 뒤 다시 만들어 던졌는데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영국군이 이 수용소를 해방시키기 2~3주 전인 1945년 3월에 안네 자매는 장티푸스로 세상을 떠났다. 한나가 열흘간이나 기차에 실려 끌려간 곳은 체코의 한 수용소였는데 얼마 후 소련의 붉은 군대가 그들을 해방시켜 주었다.
안네의 친구 한나 픽고슬러(93)가 쓴 회상록 '내 친구 안네 프랑크'는 안네의 94회 생일에 맞춰 내년 6월12일에 출판토록 예정되어 있다. 두 소녀의 우정을 다룬 책 '안네 프랑크의 추억: 어릴 때 친구의 회상'이 1999년에 나온 바 있고 2021년엔 영화로도 나왔다. 이런 슬픈 추억을 이야기한 한나가 결국 안네 곁으로 떠난 것은 지난 10월28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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