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기후 정의와 에너지 위기

  •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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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9 06:39  |  수정 2022-11-09 06:43  |  발행일 2022-11-09 제26면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
기후기금·개도국 지원 논의
탄소배출과 에너지 과소비
한국도 기후 위기 대응 필요
기술혁신·인력 양성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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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리처드 스몰리 교수는 1985년 새로운 형태의 탄소(buckyball)를 발견했다. 60개의 탄소 원자들이 공 모양으로 뭉쳐 있어서 이름 붙여진 버키볼은 탄소의 동소체(allotype)였다. 같은 원소라도 결합 형태와 성질이 다른 것을 동소체라 하는데 그는 탄소의 동소체를 발견한 공헌으로 1996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동소체를 활용한 그의 연구는 나중에 탄소섬유를 발견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는 탄소 동소체에서 탄소 기반의 에너지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고 1990년대 후반부터는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2004년 한 대학 강의에서는 에너지, 물, 식량, 환경, 빈곤 등 향후 50년 동안 인류가 직면할 큰 문제 10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는 2004년 유엔이 발표한 10대 과제인 빈곤, 전염병, 환경, 전쟁, 집단 학살 등과는 차이를 보인다.

스몰리 교수는 향후 50년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과제로 에너지를 꼽고 있다.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게 가장 큰 도전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그는 '테라와트 챌린지'를 제시하며 "에너지 생산량을 최소 2배까지 증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종합적 대응과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7일부터 18일까지 유엔 기후변화협약 27차 당사국 총회(COP 27)가 열리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당사국 총회가 이번에는 처음으로 개도국인 이집트에서 열리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 최근 이집트는 가뭄과 고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해수면 증가 등으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어 구체적 대응 방안에 대한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이번 회의는 '기후 정의(Climate Justice)'가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온실가스는 대부분 선진공업국이 배출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극심한 피해가 개도국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 정의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익과 피해, 책임을 공정하게 나누자는 개념이다. 이번 회의는 기후변화 억제 대책에 연간 1천억달러를 출연하기로 한 기후변화기금과 개발도상국의 기술개발 지원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이 세계 12위여서 국가 감축목표 상향과 기금 조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우리는 에너지 소비가 가장 많은 국가에 속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전력 소비량은 주요국 중 3위(1만134㎾h)로 나타났다. 1인당 가정용 소비량을 보더라도 6위(1천303㎾h)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천연가스 공급중단으로 유럽은 에너지와 물가가 폭등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는 세계적인 원자재·생필품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혼란스럽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공급이 여의치 않은 유럽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각오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공급이 여의치 않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에너지 수입액의 급등이 무역적자를 키우는 요인 중의 하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 경제의 큰 짐이 되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만 한다. 아울러 스몰리 교수가 에너지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한 나노기술의 혁신과 재료과학 진보의 기초가 될 우수한 인력을 위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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